[독자토론마당]스승의 날 자율 휴업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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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할 것인가, 날짜를 옮길 것인가? 올해 서울지역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스승의 날인 이달 15일 자율 휴업을 할 전망이다(본보 4월 17일자 A1면 보도). 선물 및 촌지 수수로 스승의 날이 얼룩진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지역 초중고교장협의회는 학교별로 자율 휴업일로 하도록 결정했다. 스승의 날에 휴업하자는 측이나 날짜를 옮기자는 측이나 마음은 같다.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하되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불필요한 논란도 없애자는 것이다.》

▼교육계 신뢰회복 계기 삼아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전국 교원 2069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 휴업일 지정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매년 5월 ‘스승의 날’이면 반복되는 촌지 등을 둘러싼 교육 부조리 논란이 선생님들의 자긍심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 조사 결과 전체 교원 중 56%가 휴업일로 지정하기를 원했다. 또 23%는 학년 말인 2월로 ‘스승의 날’을 옮기자고 했으며,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의견도 15%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교총에서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고, 각계각층의 많은 의견을 수렴한 후 전국교장협의회 회장들과의 최종 협의 등을 거쳐 ‘고심’ 끝에 올해부터 ‘스승의 날’을 학교장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달 15일에 많은 학교가 자율 휴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 조사에도 나와 있듯이 ‘스승의 날’을 휴업일로 한다는 소식은 많은 교사에게 섭섭한 소식이라기보다는 더는 낯 뜨거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동안 논란의 와중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이다.

더구나 모든 국민이 ‘스승의 날’을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 아니라,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존경하는 자신의 옛 선생님을 찾아뵙는 기념일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는 ‘스승의 날’의 참된 의미를 되살리는 아주 바람직한 생각이라고 하겠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교사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적 완성’이 요구됐다. 그런데 일부 교사가 잘못을 계속 저질러 사회의 빈축을 샀다. 이번 ‘스승의 날’ 휴업일 지정을 계기로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모든 선생님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선생님들부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나가야겠다. 하지만 학부모들도 자기 자녀만 위한다는 그릇된 이기심으로 전체 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이를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차근차근 바로잡아 나가게 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확대해 마치 교육자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언론매체의 발달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자극적인 내용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달되는 현실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다. 진실만 보도된다고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하물며 검증되지도 않은 소문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교육자들에게 끔직한 일이 될 것이다. 색안경을 쓰고 선생님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스승과 제자의 신뢰관계는 아예 형성조차 될 수 없을 것이다.

교육, 특히 인성교육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스승과 학생 간의 신뢰와 존경심, 제자를 사랑하는 자애심이 무너져 내리면 어떻게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스승’을 우리 자녀에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책임이 교육자뿐만 아니라 이 사회와 학부모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된 스승’이란 말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힘을 합해 만들어 가고 육성해 가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경희 서울 영림초교 교장 경원대 겸임교수

▼임시 처방보다는 2월로 옮겨야▼

해마다 스승의 날만 되면 불거지는 촌지 수수 문제 때문에 스승의 날에 아예 학부모가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자율 휴업일로 정해졌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가슴 한편으로 알싸한 느낌이 들었다.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스승의 날이 왜 이렇게 선생님들에게서 외면 받고 학부모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날이 되었을까.

그렇다고 휴업일로 정하는 것이 최선일까? 휴업일로 정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할까? 참 난감하다. 이러한 당혹감은 학부모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다.

스승의 날 등에 이뤄지는 촌지 수수라는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고 스승의 날 본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다.

촌지 거부 운동은 물론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스승의 날 감사의 선물 10가지’ 선정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모가 따로 신경 써야 하고 선물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서 운동으로 전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승의 날 촌지 수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스승의 날이 학기 중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학부모가 선물을 하지 않으면 될 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나만 하지 않을 용기 있는 학부모가 많지 않다.

그리고 스승의 날 촌지와 선물을 하면서 모두들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감사의 표시로 한다고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이 모든 것이 내신 성적과도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자유롭지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참교육학부모회는 ‘스승의 날을 학기가 끝나는 2월로 옮기자’는 운동을 1998년부터 벌여 오고 있다.

과거 학동을 서당에 맡긴 부모들은 책을 한 권 뗄 때 떡과 음식을 준비해 ‘책거리’를 하면서 스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전통을 살려 학기가 끝나는 2월에 스승의 날을 정하는 것은 어떨까. 곧 학년이 바뀌는 때이기에 약간의 선물을 준비한다 해도 정말 ‘정성’으로 그칠 뿐 공연한 대가성 시비는 없을 것이다.

스승의 날의 유래는 1958년 충남 논산시 강경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5월 8일 세계 적십자의 날 기념 활동으로 퇴직한 스승들을 찾아 위로하던 행사에서 시작됐다. 이후 1963년 청소년적십자 학생협의회가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하고 사은 행사를 열다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확정하여 지금까지 이어 온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5월 15일이 특별히 스승의 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만한 날도 아니다. 본래의 의미가 많이 훼손돼 버린 이날을 고집하기보다는 2월로 옮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처음 이 캠페인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학부모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기념일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그다지 큰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에 경남에서 다시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일반 시민 2125명의 서명을 받았고, 도 교육위원 7명의 서명도 받았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행정자치부에 건의하여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변경하면 된다.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 학부모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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