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美법치주의의 힘 ‘법대로’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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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투산.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직전 미국 뉴욕 시 일대 대중교통 파업을 주도한 뉴욕교통노조 위원장이다. 파업은 비록 3일에 그쳤지만 당시 뉴욕 시 일대의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25년 만에 중단됐다.

그로부터 4개월쯤 흐른 4월 10일 뉴욕 주 지방법원 법정. 뜻밖의 판결이 내려졌다. 시어도어 존스 판사가 투산 위원장에게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0일’을 선고한 것. 그에게는 벌금 1000달러(약 95만 원)도 부과됐다. 파업은 오래 전에 끝났고 노사합의안에 대한 노조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였다.

투산 위원장은 선고 직전 “불법 파업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노조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시민 불복종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존스 판사는 “어찌됐건 파업은 불법이었다”고 일축했다. 재판정에는 친(親)노조 성향의 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노사화합 분위기’와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조는 불법 파업에 대한 벌금으로 300만 달러(약 28억 5000만 원)를 물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노조 소유의 건물을 팔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10일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는 한때 ‘스타 에너지 기업’이었던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회계 부정과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된 그는 “나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정을 나서면서 그는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회계 부정사건의 대명사가 된 엔론이 몰락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스킬링 전 회장과 케네스 레이 엔론 창업주는 범죄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미 사법 당국은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검찰은 엔론 내부고발자를 이용해 두 사람을 기소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소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스킬링 전 회장은 275년을, 레이 창업주는 45년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미국의 사법 당국은 범법 행위의 처벌에 집요하고 끈질기다. ‘여론재판’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시간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한마디로 인정사정 봐 주는 법이 좀처럼 없다. ‘죄와 벌’의 단순 명쾌한 논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법의 권위가 시퍼렇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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