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선심성 공약의 부메랑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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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전국 순회 간담회를 열어 지역개발정책을 쏟아 내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열린우리당 의장이 22일 충북 청주 간담회에서 뜻밖의 곤욕을 치렀다.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이 들어설 충북 청원군 오송면 주민들이 주어진 질문을 하지 않고 “왜 열린우리당이 충남 공주에도 고속철 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2004년 총선 당시 정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까지 들먹이며 여당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공주가 오송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공주역이 신설될 경우 오송역이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유·무형의 파급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호남고속철 분기역 오송유치추진위원회’의 이도영 위원장은 “오송역은 갖은 노력과 절차를 거쳐 얻어 낸 결과”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검토 분석조차 거치지 않고 공주역을 신설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주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해 7일 공주역 신설을 약속한 것은 무책임한 공약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오송유치추진위의 박노동 목사는 “공주역 신설 약속이 교통 수요와 수익 등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라면 반대하지 않겠지만 그런 검토를 거쳤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황한 열린우리당 홍재형(洪在馨) 충북도당위원장이 “정부 돈으로 건설되는 호남고속철은 충청남도도 지나간다. 충남(공주)에도 서야 할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가 오히려 참석자들의 화를 돋웠다.

또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은 “(공주역 신설은) 관련부처와 몇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결정)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며 당의 즉흥적인 결정이 아님을 강조하려 했으나 오히려 졸속 결정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정 의장이 나서서 “오송역의 위상과 역할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여기저기서 선심성 개발정책을 쏟아 낸 데 따른 부메랑의 한 단면(斷面)이라고나 할까. 단기간에 던져 놓은 공약이 많은 만큼 또 어떤 부메랑이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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