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재계 목소리 듣겠다” 선거용 아니길…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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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요즘 ‘귀한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여당 수뇌부 10여 명이 재계와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전경련 회관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도 강신호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선다.

재계는 이번 행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미리 자료 요청까지 해 왔기 때문이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이번에는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세미나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의 문제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비책 △기업의 투자 현실 등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큰 여당 고위 인사들이 자청해서 “재계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선 만큼 진지하게 기업의 어려움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경제 챙기기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평가가 여전히 많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혹시나 하다 역시나로 끝날 것”이란 불신도 만만찮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선을 앞둔 2004년 초 정부 여당은 “경제와 기업을 중시하겠다”며 경제계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총선 후 기업에 대한 규제와 적대적 자세는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심해지기까지 했다. 당시 기업인들은 “정치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지만 솔직히 배신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민간 대기업이 주도하는 국가 간 경제 전쟁이 치열한 시대다. 집권여당의 기류가 ‘기업 친화적 방향’으로 간다면 바람직한 변화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평가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기업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규제를 ‘개혁 마인드’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정부여당 안팎에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 ‘목소리 큰 세력’의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당 수뇌부가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경제를 위한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재계와 만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훈 경제부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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