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국내 마라톤대회부터 살려야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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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상경기연맹은 2일 산하 단체에 ‘국제대회 출전에 관한 마라톤 대표선수 선발 기준’이란 공문을 보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등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려면 1년에 최소 한번은 국내 대회(서울국제마라톤, 전주마라톤, 전국체전, 조선일보춘천마라톤, 중앙마라톤)를 뛰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육상연맹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국내 마라톤 발전을 위해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남자는 후쿠오카 도쿄 비와코, 여자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대회 등을 대표 선발전으로 지정해 마라톤 중흥을 이끌어 왔다. 꿈나무에게 스타플레이어와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를 줘 저변을 확대해 온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남자 마라톤 역대 세계랭킹 13위인 다카오카 도시나리(2시간 6분 16초) 등 2시간 6분대 선수만 3명이 있다. 2시간 7, 8분대도 6명이나 된다. 일본의 마라톤 여왕 다카하시 나오코는 2001년에 2시간 19분 46초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이름깨나 있는 선수는 대부분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에서만 뛰었다. 결국 10년 전 100명이 넘던 엘리트 선수는 60여 명으로 급감했고 그나마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이 가능한 남자 선수는 이봉주(삼성전자·2시간 7분 20초)와 지영준(코오롱·2시간 8분 43초)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번 규정을 놓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연맹 기술위원회가 지난해 이 규정을 만들었지만 일부 마라톤 감독과 연맹 회장사인 삼성의 눈치를 보는 연맹 관계자들 때문에 최종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장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모(母)회사의 홍보를 위해선 회사 마크를 달고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줄어든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마라톤의 위기를 절감한 황규훈(건국대 마라톤 감독) 전무이사와 진장옥(수자원공사 마라톤 감독) 기술위원장이 밀고 나가 성사된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국내 마라톤 유망주들도 이봉주 지영준, 여자 마라톤 기대주 이은정(삼성전자) 등 스타 선수와 함께 뛰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번 조치가 ‘제2의 이봉주’를 배출할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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