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千법무, 검찰 ‘코드인사’ 하나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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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예정보다 1주일 이상 늦어지고 있는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인 장관의 ‘코드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여권의 뜻에 맞는 인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과 황교안 서울중앙지검2차장의 거취가 이번 인사 논란의 핵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국가정보원 도청사건과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처리한 지휘 라인이다. 천 장관은 이 지검장에 대해 문책 인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차장의 검사장 승진 탈락설도 논란거리다.

천 장관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지만 두 사람이 도청과 강 교수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권의 뜻을 거스른 일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것 말고 검찰총장도 극력 반대하는 인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정원장 두 명을 구속하는 데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검찰에 보냈다. 노 대통령은 “(DJ정부에선) 정권이 책임질 만한 과오는 없었다”고 했고, 이해찬 국무총리가 DJ를 찾아가 불구속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수사팀은 국가의 도청범죄를 원칙대로 처리했다. 또 강 교수의 구속을 끝까지 주장해 천 장관의 ‘불구속 지휘’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을 불러 왔다.

사정이 이러니 천 장관이 코드 인사를 획책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강 교수 사건 등과 관련해 그동안 여권이 검찰에 적의(敵意)를 나타냈고 그 연장선상에서 천 장관이 ‘검찰 줄세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재독(在獨) 학자 송두율 씨의 구속 수사를 지휘했던 박만 씨가 검사장 승진에서 거푸 탈락한 뒤 지난해 결국 검찰을 떠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 정권은 “권력기관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냈다”는 말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대한 검증작업에 나섰고, 천 장관은 특정 사건의 처리를 문제삼아 ‘괘씸죄’를 물으려는 것 같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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