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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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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은 일단 이 총리의 튀는 언사가 없었고 국정 현안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딱딱하게만 보이던 이 총리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방송을 지켜본 기자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총리가 꼬인 정국을 풀 해법이나 국정의 비전은 내놓지 않고 정부 방침만 되풀이하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리는 유시민(柳時敏) 의원 입각에 대해 “자격 유무를 논해야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고,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사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책임에 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귀책사유를 찾아서 관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학교운영위원회 입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도 말했다.
방송이 끝난 뒤 “총리의 답변이 너무 원론적인 수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총리실은 “질문의 전문성이 떨어졌고 주제가 산만해 깊이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시민논객’이라는 한 방청객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 국악 같은 것을 배워 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도 했다.
그럼에도 이날 이 총리의 답변은 실세 총리, 거침없이 주장을 펴는 소신 총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전교조의 학교운영위원회 입성이 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인지, 황 교수 사태에 대해 박기영(朴基榮)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책임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더 구체적인 답변이 아쉬웠다.
국회에 출석해서는 야당 의원이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속내를 숨기지 않는 이 총리가 무엇 때문에 두루뭉술하게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는지 알 수 없다. 총리실이 “날카로운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것처럼 이미지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썼던 건 아닐까.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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