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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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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정순덕’은 1950년 9월 지리산에 들어가 13년간 남한 공산화(共産化)를 위한 무장투쟁을 하다 체포된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씨의 증언을 엮은 책이다. 지난해 4월 사망한 정 씨의 장례는 ‘애국통일열사 정순덕 선생 민족통일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치러졌다. 행사에는 빨치산, 남파 간첩 출신의 비전향 장기수(長期囚)로 가석방된 공산주의자들과 국내 재야단체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반세기 전 선량한 우리 국민을 반동분자로 몰아 학살한 ‘빨치산 여(女)전사’는 이렇게 ‘애국통일열사’로 거듭났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보광사(寺)는 올해 5월 29일 정 씨를 비롯해 비전향 장기수 3명, 남파 간첩 출신 2명 등 6명의 묘를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묘역’으로 꾸며 준공식을 열었다. 한 친북(親北) 재야단체 회원은 준공식에서 “보광사는 미(美) 제국주의 점령지인데 동지들을 이곳에 모셔 송구하다. 반드시 진정한 조국 땅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 김정일 체제는 2300만 주민의 생존권과 기본 인권을 짓밟고 있다. 북한 주민을 반(反)인권의 지옥에서 건져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문명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체제를 우러르는 남한 내 극좌파 세력에는 ‘남은 미제의 점령지, 북은 진정한 조국 땅’인가 보다. 이들에게 간첩과 빨치산은 애국자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눈앞의 반역’에 눈감은 채 ‘과거사 정리’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국립묘지에 누워 계신 순국선열이 통탄할 일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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