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7일 하루에 떠돈 세금 怪談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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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위해 어제 사표를 낸 이강철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23일 대구에서 예산 확보를 자랑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보(直報)한 결과 대구지하철 3호선 설계비 30억 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기획예산처의 사업추진 기준에 미달하지만 전례 없이 설계비를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랑까지 곁들였다고 한다.

10년간 약 1조20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구 3호선은 예산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사업이다. 기존 1, 2호선의 적자가 크고 부채가 1조 원을 넘는다는 것도 탈락의 한 사유다. 이 전 수석은 이런 사업을 위해 대통령에게 ‘로비’를 해 예산안 ‘끼워 넣기’를 한 셈이다.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이 짙다. 대통령과 측근이 예산 끼워 넣기를 하면서 누구에게 투명한 예산운용을 주문할 수 있겠는가. 세수(稅收)가 왜 부족한지 한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설계비 30억 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형 사업도 첫해에는 설계비나 타당성 조사 명목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을 따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 해엔 ‘이미 시작된 사업’이라며 더 큰 돈을 달라고 하기 마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2003년 이후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국책사업 95건 가운데 48건이 경제성 기준치를 넘지 못했고, 34건은 정책성 기준에도 미달했다. 그런데도 당정(黨政)은 어제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 복지대책에 향후 4년간 8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심각한 성장력 감퇴 속에서 사회안전망에 더 큰 돈을 쓰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궁금하지만 이 중에 세금 낭비 사업이 없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감사원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연말 ‘예산 몰아쓰기’ 특별감사를 벌여 1조 원 정도의 예산낭비를 막겠다고 한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의결한다. ‘세금 괴담(怪談)’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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