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약 1조20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구 3호선은 예산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사업이다. 기존 1, 2호선의 적자가 크고 부채가 1조 원을 넘는다는 것도 탈락의 한 사유다. 이 전 수석은 이런 사업을 위해 대통령에게 ‘로비’를 해 예산안 ‘끼워 넣기’를 한 셈이다.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이 짙다. 대통령과 측근이 예산 끼워 넣기를 하면서 누구에게 투명한 예산운용을 주문할 수 있겠는가. 세수(稅收)가 왜 부족한지 한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설계비 30억 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형 사업도 첫해에는 설계비나 타당성 조사 명목으로 수십억, 수백억 원의 예산을 따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 해엔 ‘이미 시작된 사업’이라며 더 큰 돈을 달라고 하기 마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2003년 이후 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국책사업 95건 가운데 48건이 경제성 기준치를 넘지 못했고, 34건은 정책성 기준에도 미달했다. 그런데도 당정(黨政)은 어제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 복지대책에 향후 4년간 8조6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심각한 성장력 감퇴 속에서 사회안전망에 더 큰 돈을 쓰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궁금하지만 이 중에 세금 낭비 사업이 없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감사원은 각 부처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연말 ‘예산 몰아쓰기’ 특별감사를 벌여 1조 원 정도의 예산낭비를 막겠다고 한다.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의결한다. ‘세금 괴담(怪談)’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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