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규진]‘홍도 주식회사’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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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는 규암(硅巖)으로 이뤄져 붉은빛을 띤다. 일몰(日沒) 때면 섬과 바다가 붉게 어우러진다. 특히 홍도2구 등대 부근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장관(壯觀)이라고 한다. 등대 산책로 앞으로 독립문과 탑섬 등 홍도십경(十景)이 바다 위에 펼쳐져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황홀하지 않은가.

▷홍도 주민 50가구가 출자해 3월에 출범한 홍도유람선협업(www.hongdoro.com)이 최근 등대 일몰을 관광 상품으로 내놓았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다. 홍도 주민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관광업에 나서면서 과당경쟁으로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결국 주민들은 홍도관광을 살리기 위해 주식회사를 직접 만들었다. 주민 각자가 아는 홍도 비경(秘境)을 털어놓고 이를 관광 상품화하기로 했다. 일부는 관광 가이드로 나섰다. 요즘 홍도를 찾는 관광객은 평일 500명, 주말 800여 명에 달한다. 이 회사의 하루 평균 수입은 250만 원이라고 한다.

▷중국산 싸구려 농수산물이 쏟아져 들어와도 홍도 어민들처럼 힘과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살길은 열릴 것이다. 정부가 내놓는 농어촌살리기 대책에만 의존하다간 빚만 지기 십상이다. 당장 올해부터 2009년까지 20조 원이 들어가는 ‘농산어촌개발 5개년 계획’도 농어민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10년간 60조 원이 농촌에 투입됐지만 농민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다. 농어촌 지원기관과 그 주변 인사들 배만 불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김삼수 홍도유람선협업 총무이사는 “과거에는 정부가 농어민을 선도했지만 이제는 농어민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식회사 설립 과정에서도 정부의 도움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적극 지원한 행담도 개발에 투자했던 당진지역 주민 30여 명이 사업 지연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차라리 홍도에 투자할 걸, 당진 주민들은 그렇게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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