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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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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실패에 수반되는 문제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투자한 비용과 시간, 정열이 얼마인가. 또한 인력을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적 기회비용이 얼마인가. 본인의 처신도 문제가 된다. 취업이 가장의 최고 덕목으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결혼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취업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고,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죄로 미안해한다. 취업하지 못한 것이 어디 자기 책임뿐이겠는가. 어떻게 하면 심각한 청년 실업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
우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는 인재 양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창조적인 인재 한 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줄기세포 연구로 세간의 이목을 끈 황우석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그러려면 우수 인력이 이공계와 연구개발 분야로 진출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고교를 졸업하는 우수 인재들은 한의대 의대 약대 등으로만 몰린다. 이들 분야로 몰리는 것은 연구와 개발을 위해서가 아니라 직장과 생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 진로를 택하는 이유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모두가 이래서는 창조적인 인재가 많이 나오기 힘들다.
일자리 만들기 여건을 더욱 조성해야 한다. 우수한 연구자와 과학자가 배출돼 창업 아이템이 개발되더라도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여건은 노동 토지 등의 비용 면에서 해외 투자 상대국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기존 기업은 물론 새로 창업되는 기업마저 외국으로 가 버리고 말 것이다.
파격적이고도 단호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 학생을 이공계로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재학 중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국가가 직장을 보장하며, 필요할 경우 인기 분야로 진출했을 때에 비해 열악한 처우를 보상해 주는 것이다. 역차별 논란도 만만치 않겠지만 기존 정책으로 잘 되지 않으면 패러다임을 바꿔 볼 일이다. 강하고 소신 있는 정부가 필요하다.
취업하려는 학생의 준비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논의 이전에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활동하게 될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필요한 전공과 특기를 미리 계발하고 갖춰 나가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다. 노는 사람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3D 업종이라서, 중소기업이라서, 지방 근무라서 취업할 수 없다는 말은 쉽게 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내가 취업해서 큰 회사로 키워 보겠다는 자세와 의욕을 먼저 보여야 한다. 우리가 외면한 일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로 메우는 현실에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투정만 해서는 곤란하다.
최두수 인제대 교수 무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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