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팬을 위해 끊읍시다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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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담배와 관련된 인류학적 얘기를 하나 해 보자.

아메리카 인디언에서 비롯된 담배는 당초 기호품이 아니었다. 추장과 제사장의 전유물로 보통 사람은 큰 축제나 제사가 있을 때 한 모금 얻어 피우는 게 고작이었다.

추장이야 권력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제사장인 샤먼이 담배를 피운 것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영적 촉매로서 필요했던 것. 이러니 요즘의 금연 세태를 당시 인디언들이 봤다면 경을 칠 노릇일 게다.

같은 시베리아 북방 민족으로 우랄 알타이어를 쓰고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종교인 샤머니즘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유독 흡연자가 많은 것은 종교 때문일 것이라고 기자는 믿고 있다. 일본의 흡연율이 더 높은 이유는 한국보다 기독교화가 덜 된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본에서 지난주 담배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니혼햄 파이터스의 1차 지명을 받은 유망 신인투수가 오키나와의 빠찡꼬 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는 장면이 주간지에 게재된 것. 이 선수는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18세의 미성년자였다.

이에 구단은 긴급 사죄 기자회견을 열었고 선수에겐 무기한 근신조치를 내렸다. 또 이를 계기로 일본금연학회 등이 나서 선수들의 흡연 실태를 조사한다면서 금연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도 금연 바람이 거세다. 관람석이 금연 구역이 된 것은 오래 전. 2년 전에는 선수협의회가 제약회사로부터 금연보조제를 협찬 받아 캠페인을 벌였다. 한화 장종훈은 이미 담배를 끊었고 올해는 현대 정민태, 기아 이종범 등이 금연을 선언했다. 지난겨울 뇌경색으로 한 달여간 입원한 김인식 한화 감독이 ‘흡연이 주원인’이란 판정을 받은 것도 경종이 될 만하다.

선수들이여, 언제까지 샤먼의 후예란 사실을 내세울 것인가. 흡연은 본인에게도 손해지만 야구팬, 특히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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