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공공의 적’이 된 로드리게스

  • 입력 2005년 2월 2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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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겨울 25세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사상 최고인 10년간 2억5200만 달러에 텍사스와 계약할 때만 해도 그의 앞날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강산이 변한다는 10년간의 리스크가 무시된 것은 그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실제로 그는 한번의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해마다 최고의 성적을 내 박찬호처럼 ‘잘못된 계약’이란 비난은 전혀 받지 않았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30세의 로드리게스는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보스턴과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 커버를 들어가던 상대 투수 브론슨 아로요의 글러브를 친 비신사적 수비방해 행위.

보스턴 선수들은 당사자인 아로요와 ‘핏빛 투혼’의 커트 실링을 필두로 트롯 닉슨, 데이비드 웰스, 제이슨 배리텍, 케빈 밀라에 이르기까지 틈만 나면 그에 대한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

로드리게스를 더욱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보스턴과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팔을 걷어붙이던 동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 장기 부상과 약물복용 혐의로 물의를 빚은 제이슨 지앰비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때 동료의 환호와 박수세례를 받은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게다가 로드리게스는 양키스 첫해인 지난해 ‘미스터 양키’ 데릭 지터에게 밀려 유격수에서 3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타순은 4번에서 2번으로까지 밀려났고 성적도 최근 7년간 자신으로선 최악인 타율 0.286에 36홈런, 106타점.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텍사스 동료에게 했던 ‘24명의 아이들(24kids)’이란 발언 때문에 돌아갈 친정마저 없어진 상태.

이에 로드리게스도 전략을 바꾼 듯하다. 그는 당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지난해 최후의 승자는 그들이다. 때문에 무슨 말이든 할 자격이 있다”고 점잖게 대응했다. 불과 1년 만에 최악의 낭떠러지로 추락한 로드리게스. 올해 그가 어떻게 명예회복을 할지 궁금하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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