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은 총리를 지켜보고 있다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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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이 또 논란거리가 됐다. 의원들의 대(對)정부질문에 대한 답변 자세가 고압적,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이 총리는 그제 “의원들의 질문이 신문 기사를 모아서 하는 수준인지, 국가발전 비전을 생각해서 하는 수준인지 메모하며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을 입각시킬 용의가 없느냐고 한 질문에 “있다”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어서 총리가 의원들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뜻으로 들릴 만도 하다.

대정부질문이란 형식적으론 의원과 총리 장관 간의 문답(問答)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국민이 묻고 국민에 답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총리 자신과 의원 개인 간의 우열(優劣)관계를 따지는 듯 접근하고 있으니 국회 경시(輕視)이고, 크게 보면 국민 경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리는 지난해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한나라당 폄훼 발언을 해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정당 비하에 이어 이번에는 의원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니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로서 지나치게 입법부를 압박한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까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총리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반응을 보이겠는가.

물론 의원들의 질문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총리나 장관을 윽박지르거나 지역구 민원성 질문, 근거 없는 폭로 발언 등이 여전하다. 국회가 열릴 때마다 대정부질문 무용론(無用論)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는 의원들의 질타에 거북한 대목이 있다 해도 늘 그것이 ‘국민의 소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3권 분립의 정신이다. 이 총리는 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지만 국민은 이 총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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