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여당이 사법부를 못 믿겠다면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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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판단의 성격이 짙다.”(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 대변인)

서울행정법원이 4일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해 공사 중단 판결을 내리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사법부에 노골적인 반감을 나타냈다. 정작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새로운 재판부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며 항소 방침만 차분하게 밝혔다.

정부는 사회적 갈등 해결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판단을 인정하며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여당 의원들은 사법부에 대한 적의(敵意)와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에도 사법부를 개혁돼야 할 보수집단으로 몰아붙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거법 위반사건에서 여당 의원들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올해 들어 이부영(李富榮) 전 의장과 김희선(金希宣) 의원까지 수사를 받게 되자 여권과 사법부 간에 파인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여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사법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고, 이인영(李仁榮) 송영길(宋永吉) 의원 등은 사법부의 ‘여당 역차별’을 거론하기도 했다. 친여 성향의 한 인터넷 매체는 여당 의원들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모 판사의 출신 지역과 학교를 들먹이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견을 보일 수는 있다. 새만금사업의 경우 공사가 중단되면 연간 8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 또 법원이 사업의 경제성까지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야 법조계 일각에서도 논란이 없지 않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 이견이 있거나 불복하면 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런 식의 대응을 넘어서 논평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자칫 여론을 선동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여당 의원들은 자신의 발언이 헌법의 기본정신인 삼권분립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최호원 정치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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