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술 어떻게 됐나]광우병 내성 소

  • 입력 2005년 1월 2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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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공개한 ‘광우병 내성 소’. 당시 4마리가 출산됐으며 올해 초 1마리가 추가로 태어났다. 사진 제공 서울대 수의학과
2003년 12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공개한 ‘광우병 내성 소’. 당시 4마리가 출산됐으며 올해 초 1마리가 추가로 태어났다. 사진 제공 서울대 수의학과
《2003년 12월 10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광우병 내성 소)’ 4마리를 생산했다는 것. 세계적으로 20여만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350여만 마리가 소각돼 피해액이 수십조 원에 이르고 있어 이 성과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과학기술부 지원으로 2001년 12월부터 3년간 43억원이 투여돼 진행된 이 연구는 최근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 실용화 사업의 주요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연구팀은 2004년 3월 일본 쓰쿠바의 일본동물위생고도연구시설에서 생체실험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광우병 내성 소는 한 마리도 일본에 가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광우병 내성을 테스트하기에 이 소가 완벽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 황우석 교수팀, 프리온 학설에 바탕

연구팀이 주목한 대상은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에 축적된 이상한 단백질을 프리온이라 불렀다.

그는 정상 프리온이 어떤 원인에 의해 병원성 구조로 바뀌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파괴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광우병을 일으킨다는 ‘프리온 학설’을 제창했다. 프루시너 교수는 이 업적으로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황 교수팀은 소의 세포에 새로운 종류의 프리온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 유전자가 작동하면 ‘제3의 프리온’이 체내에서 많이 생성되고 정상 프리온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병원성 프리온이 침입하면 ‘제3의 프리온’이 감염돼 분해되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없다.

연구팀의 강성근 교수는 “이 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융합시켜 복제 소 4마리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팀은 4마리 소에 대해 유전자검사 등 검증절차를 거쳐 몸에 광우병 내성 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프리온을 아예 생산하지 못하게 유전자를 변형한 복제 소 여러 마리가 임신 중에 있다.

○ 일본의 까다로운 검역절차로 실험 지연

남은 과제는 소에 병원성 프리온을 주입한 후 정말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지 수년간 관찰하는 일. 강 교수는 “병원성 프리온을 확보한 나라는 영국 일본 등 소수”라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생체실험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검역절차가 무척 까다로웠다.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는 “살아 있는 동물을 외국에서 들여올 때 질병 전파에 대한 일본 측의 우려가 생각보다 커서 일정이 지연됐다”며 “현재 일본에서 요청한 검사 항목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역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는 “당시 급성전염병인 구제역이 한국에서 발견돼 일본이 매우 신중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한 달 후 검역 절차를 마치고 한 마리가 일본에 보내질 예정.

○ 광우병 원인은 아직도 핫이슈

사실 광우병의 병원체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 논쟁 중이다. 질병에 걸린 동물에서 프리온을 추출해 정상 동물에 투여하면 병이 생긴다. 그러나 병원성 프리온을 ‘실험실에서’ 합성해 정상 동물에 투여하면 발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리온 외에 또 다른 인자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는 “프리온 외에 유전자(DNA, RNA)나 중금속 등 다양한 인자가 발병에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홈페이지에는 “광우병의 병원체는 아직 논쟁의 대상”이라며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 유사체가 병원체라는 학설도 있다”고 소개돼 있다.

만일 프리온 학설이 틀리다면 문제다. 프리온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없앤 황 교수팀의 소는 광우병 내성을 확인하기에 완벽한 실험 대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우병의 원인에 대한 논쟁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상 연구가 좀 더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우병이 원인에 대한 3가지 학설▼

1. 프리온 학설

체내 존재하는 단백질인 정상 프리온이 어떤 원인에 의해 변형돼 병을 일으킴.

2. 바이러스 학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병원체. 보통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자를 가진 구조.

3. 바이리노 학설

숙주(소)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과 정체불명의 유전자, 그리고 중금속 등이 겹합된 형태의 병원체.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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