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나 한국적인 지하철사고 再版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41분


서울지하철 7호선 방화(放火)사고는 2년 전 대구지하철 참사 뒤 정부에서 ‘다시는 안전사고가 없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했던 다짐이 빈말이었음을 재확인시켰다. 당시 다중(多衆)이용시설 안전점검, 국가적 구난시스템 마련 등 사후대책이 나왔고 소방방재청도 설치됐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는 또 일어났으며 사고 때 우왕좌왕 하는 양상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대구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안전불감증, 그 중에서도 안전을 책임져야할 공복(公僕)의 ‘무사안일 속에 숨은 관료주의’는 여전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화재 발생 후 승객들이 기관실과 인터폰 통화를 시도했는데 통화가 안됐고, 역무실-종합사령실-기관실간 비상조치 없이 불붙은 전동차에 승객을 실은 채 달리고도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소방안전시스템을 제대로 못 갖춰서만이 아니다. 정부의 국정운영과 국가행정에 중대한 허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비상인터폰조차 작동되지 않고,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초보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는데 아무리 좋은 장비를 설치한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지하철 내장재의 불연(不燃)소재 교체 등은 시민 생명과 직결되므로 소홀해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사업에 예산 낭비할 게 아니라 이같이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부터 처리돼야 마땅하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의례적으로 대책 발표와 시정명령을 하고, 일선기관에선 재원 부족을 핑계로 미적대며, 결국 흐지부지 잊혀지는 ‘한국적 관행’이 반복되는 한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끄러운 ‘한국적 관행’을 끝장내야 ‘너무나 한국적인 사고(事故)’도 막을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