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약령시(藥令市)는 조선 효종 9년(1658년)부터 대구 성안 객사 주변에서 매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한약재를 유통시켰던 전통 한약시장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러시아에까지 한약재를 공급했다. 대구 남성로 일대는 한의원, 한약방, 약업사, 제탕소, 제환소, 제분소, 인삼사 같은 한방 관련 업소가 350여 곳이나 늘어서 있어 옛날부터 약전골목이라 불렸다. 1978년부터 약령시 보전과 한의약 문화의 전승을 위해 해마다 대구 약령시 축제를 열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어린 시절 스승인 무학대사가 기거하던 전북 순창군 만일사를 찾아가던 길에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곁들여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이성계는 나중에 임금이 된 뒤 순창 고추장 맛을 잊지 못해 궁궐에 진상하도록 했다. 순창에는 대를 물려 고추장을 담가 파는 집이 여럿이다. 철분이 많은 물, 당도가 높은 고추와 메주콩을 재료로 음력 7월 처서(處暑)를 전후해 묵은 콩으로 메주를 쑤고 햇고춧가루로 겨울에 고추장을 담가야 제 맛이 난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는 독창적인 비교우위 이론을 발표했다. 덥고 햇볕이 좋은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특화하고, 기후가 온화하고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은 모직 공업에 매달려야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정부가 고창 복분자산업특구(特區), 대구 약령시 한방특구, 순창 장류특구 등 7개 특구를 지정해 규제를 풀고 지역 특성을 살려 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사람이든 지역이든 제일 잘하는 것을 골라 특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일찍이 리카도가 갈파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