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저앉는 성장’ 정권 책임 통감해야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22분


국정운영과 경제정책의 성패는 국민을 어르고 달래는 현란한 말이나 내 편을 끌어 모으는 이념과 선동이 아니라 실적이 판가름 낸다. 올해 3·4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상반기 5.4%에서 4.6%로 내려앉았다. 연간 5% 성장을 자신해 온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어제는 “달성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물러섰다.

비교기준인 지난해 동기(同期)의 성장률이 높았거나 질적인 성장 내용이 좋다면 4.6%도 크게 걱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작년 3·4분기의 재작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고작 2.4%였다. 작년의 이러한 ‘기어간 성장’을 감안하면 이번에 7%, 8% 성장을 해도 대단하지 않을 판에 4.6%이니 심각한 것이다. ‘약이 올라’ 7% 성장을 호언했다면 이젠 뭐라 할 건가.

성장 내용은 더 우울하다.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3.5%에 불과했다. 민간소비는 유례가 드물게 6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1·4, 2·4분기 27% 안팎이던 수출증가율은 17%로 주저앉았다. 내수가 가라앉은 가운데 수출마저 멈추려는 듯한 심각한 징후다.

노무현 정권은 이런 상황을 과거 정권이나 ‘개혁’의 발목을 잡고 경제위기를 거론해 온 비판세력 탓으로 계속 돌릴 것인가. ‘제발 먹고살게 좀 해 달라’는 국민의 호소에 귀 막은 채 국정 우선순위를 잘못 잡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략적 개혁과 과거사 타령으로 지샌 무책임과 무능을 자책해야 마땅하다.

3·4분기보다는 4·4분기, 4·4분기보다는 내년 성장률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더는 남 탓을 하지 말고 2년 뒤, 3년 뒤, 5년 뒤엔 좋아질 것이라고 되뇌지도 말라. 바로 지금 회복하기 어려운 추락을 막을 실질적 대책을 내놓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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