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근성의 ‘해태군단’…야구 지휘부 장악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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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해태 사관학교’로 불릴 만하다.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얘기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는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명문 구단 해태 타이거즈 출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프로 원년부터 19년 동안 1240승 54무 1021패(승률 0.548)를 거두고 2000년 사라진 해태는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9차례 우승을 거둔 명문. 선동렬 이종범 김성한 이상윤 김준환 김봉연 김일권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 해태 출신들이 최근 야구계의 ‘메인 파워’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한국야구위원회(KBO)엔 이상국 총장(52)이 있다. 그는 프로원년 과장부터 시작해 단장까지 오르면서 17년간 해태에 몸담았던 ‘해태맨’. 야구뿐 아니라 정관계에도 발이 넓은 이 총장은 한국 야구를 쥐락펴락하는 실세 중 한명이다.

우승은 두 번밖에 못했지만 과감한 투자와 두꺼운 선수층, 완벽한 훈련시설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구단으로 평가받는 삼성 라이온즈에도 해태 출신들이 대거 포진했다. 해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응룡과 선동렬은 각각 사장과 감독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경영과 현장지휘의 전권을 쥐게 됐다.

특히 야구인으로 처음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김응룡 사장은 국내 프로야구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동렬 내각’에서도 한대화 수석을 비롯해 김평호(1군 수비) 이상윤(2군 투수) 조충렬(2군 수비) 등 해태 출신 코치가 4명이나 된다. 이 정도면 라이온즈가 아니라 ‘라이거즈(라이온즈+타이거즈)’인 셈.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국내 프로야구 8개구단 중 한화(김인식) 기아(유남호) LG(이순철)를 포함해 4개 구단 감독이 해태 출신이 됐다. 코치들도 SK와 롯데, 현대를 제외하고 5개 구단에 18명이 퍼져 있다.

해태 출신들이 야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이상국 총장은 “한마디로 관리가 잘돼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 수명도 길었고 선후배 사이의 기강도 엄격해 정신교육이 제대로 됐다”고 풀이.

김응룡 사장은 “한때는 프로에 한일은행 출신들이 많아서(1980년대 중반 김영덕 김응룡 배성서 강병철 성기영) 비슷한 얘기가 나온 적도 있었다. 해태 출신들은 근성이 있다. 어쨌든 ‘깡’이 있으니까 나가서 다들 잘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코치▼

기아:서정환 조계현 등 9명

삼성:한대화 이상윤 등 4명

한화:백기성 김정수

두산:양승호 최훈재

L G:이건열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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