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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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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IMD의 ‘한국 기피증’은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좋지 않게 평가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국 정부가 IMD 평가방식의 객관성을 문제 삼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올해 5월 IMD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조사 대상 60개국 중 35위로 평가하자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객관적인 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기업인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아주 나빠서 IMD의 순위가 떨어진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누워서 침 뱉기’식으로 한 평가는 결국 기업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경고까지 했다.
한국 정부와 관계가 좋았던 세계경제포럼(WEF)이 IMD와 비슷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WEF가 13일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9위로 대폭 낮추자 한국정부가 ‘WEF 때리기’에 나선 것.
주공격수가 이정우 위원장에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바뀌었지만 공격의 강도는 훨씬 세졌다.
과연 한국 정부의 주장처럼 IMD나 WEF의 국가경쟁력 조사는 ‘형편없는’ 수준일까.
그렇다면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인정받는 핀란드가 1위를 하고 필리핀이나 베네수엘라 등이 하위권을 나타낸 것도 엉터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항의를 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번 WEF 경쟁력 조사에는 경쟁력 연구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참여했다. 한국 정부는 간접적으로 포터 교수도 비난한 셈이다.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WEF의 공신력을 뒤흔들자 전문가들은 “WEF가 아예 한국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아예 조사할 가치가 없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약이 입에 쓰다고 뱉어 버리면 병만 깊어진다는 사실을 정책 당국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공종식 경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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