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881년9월19일: 美 20대대통령 가필드 사망

  • 입력 2004년 9월 10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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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로 숨진 최초의 현직 대통령

1881년 9월19일. 미국의 20대 대통령 제임스 A. 가필드가 취임한지 4개월 만에 사망했다. 백악관에 입성한지 한 달 만에 급성폐렴으로 숨진 윌리엄 해리슨에 이어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두 번째로 짧은 재임기록이다.

가필드는 워싱턴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백악관의 공직 배분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 찰스 기토의 총격을 받았다. 급히 현장에 달려온 의사는 대통령의 몸에 박힌 총알을 빼내기 위해 소독도 하지 않은 새

끼손가락을 상처 속에 집어넣었다. 가필드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전국에서 몰려든 내놓으라 하는 의사들의 '총알 탐색'에 시달려야했다.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은 전극을 장착한 금속탐지봉까지 들고 설쳤다.

이렇게 해서 그는 정작 총상보다는 비위생적인 처치에 따른 2차 감염으로 2개월 보름여만에 숨을 거뒀다. 가필드는 의료사고로 숨진 유일무이한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가필드는 이밖에도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은 수많은 기록과 에피소드를 남기고 있다.

♣'영년(零年) 해의 저주' 받은 대통령

공화당 후보였던 가필드가 윈필드 행콕 민주당 후보와 맞붙었던 1880년 대통령 선거는 미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선거로 꼽힌다. 이들의 득표율은 48.3%로 똑같았고, 표 차이는 1898표에 불과했으나 가필드가 지지 선거인단 수에서 앞섰다.

그는 목사로서 미 대통령에 당선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또 '영년(零年) 해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영년해의 저주'란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 인디언들을 몰살시킨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1840년 당선)을 시작으로 '0'으로 끝나는 해에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 중에 살해되거나 자연사한다는 인디언들의 불길한 예언이다. 실제로 1840년부터 1980년까지 20년 주기로 반복돼온 '0'년 해의 대선에 당선된 대통령 8명 가운데 무려 7명이 재임 중 사망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재임 중 총격을 받아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마지막 '0'년해인 2000년 대선에서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작년 1월 프레첼 과자가 목에 걸려 졸도하자 백악관은 이 섬뜩한 저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통령

오른손으로 라틴어를, 왼손으로 그리스어를 쓸 수 있었다는 가필드. 그는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왼손으로 글을 썼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천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가필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지미 카터와 함께 철학가형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그가 남긴 적지 않은 어록들은 신실한 그의 생활철학이기도 했다.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산(山) 정상에서 그 아래를 굽어보고 싶다면 직접 산을 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우연에 기대거나 남의 힘으로 얻어진 것은 그 어떤 것도 가치가 없다.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것만이 온전한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남달랐던 그는 교회 설교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목사들의 훈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한 토막.

<<남북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1850년. 오하이오 주의 한 농장에 짐이라는 17세 소년이 일자리를 얻으러왔다. 이곳에서 머슴으로 있으면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하던 짐은 1년이 지날 때쯤 농장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농장주는 노발대발했다. 그는 "너처럼 가진 것 없고 장래성 없는 놈에게 딸을 줄 수 없다"며 짐을 내쫓았다.

그 후 30년이 지난 뒤, 농장 주인은 건초창고를 수리하다 우연히 나무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씨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기거했던 짐이 자신의 본래 성과 이름을 새겨놓은 것이었다. 이름을 확인한 농장 주인은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 제임스 A. 가필드. 그것은 바로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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