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6>아프리카 케이프 페닌슐라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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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최서남단인 케이프반도의 펄스베이(인도양쪽)에 자리잡은 해안주택가 보울더스의 폭시해변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무리. 케이프 페닌슐라는 펭귄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지구상 거의 유일한 곳이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조성하기자
아프리카 대륙 최서남단인 케이프반도의 펄스베이(인도양쪽)에 자리잡은 해안주택가 보울더스의 폭시해변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 무리. 케이프 페닌슐라는 펭귄이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지구상 거의 유일한 곳이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조성하기자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도 자신이 발견한 땅이 신대륙임을 몰랐고 결국 이 땅은 훗날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불리게 된 사실. 유럽인 최초로 아프리카대륙 동편 인도양의 실체를 확인해 인도항로 개척의 문을 열어준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폭풍곶(Cape of storm)’이라고 부른 두 바다(대서양 인도양)의 접점이 ‘희망곶(Cape of Good Hope)’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바뀐 사실. 그리고 하나 더. ‘희망곶’이 우리에게는 ‘희망봉’이라고 불리게 된 것.

죽은 콜럼버스가 억울해하고 디아스가 거칠게 항의할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 그 어떤 것도 역사에 편입되면 누구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것이 역사니까.

그러나 희망곶이 희망봉이 된 연유는 현장을 보니 유추할 수 있었다. 희망곶은 해안의 평지다. 봉우리가 있다면 근처의 케이프 포인트뿐. 87m 높이로 깎아지른 이 해안절벽의 오해인 듯싶다. 왜냐하면 서양인들도 이곳을 희망곶으로 오해하고 있으니.

이른 아침 케이프타운 시내를 출발해 희망곶을 향했다. 서해안으로 남행해 땅끝을 돈 뒤 다시 동해안으로 북행해 케이프타운에 돌아오는 하루 일정(총 200km)이었다. 도중에 해안의 마을도 들르고 테이블마운틴 기슭의 수목원도 들르는 코스다.

○ 역사의 희망이 된 희망봉… 펭귄 물개 즐비

케이프타운부터 희망곶까지의 지형은 반도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반도다. 서쪽은 대서양, 동편은 인도양 등 두 대양을 거느린 반도다. 이 반도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잘 어울려 산다. 집 앞 해변은 펭귄의 보금자리이고 마을 앞 만(灣)의 돌섬은 물개 수천마리의 안식처다.

희망곶의 덤불초원에서는 오스트리치(타조 종류)를 만나고 산악의 도로에서는 비비(baboon·원숭이 종류)도 만난다. 캘리포니아 분위기의, 전혀 아프리카를 닮지 않은 아프리카. 거기가 남아공의 땅끝을 차지한 ‘케이프페닌슐라 국립공원’이다.

두 대양의 반도는 양쪽 해안의 멋진 바다 풍경을 음미하는 해안 드라이브 여행이 제격. 곳곳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도 보이고 바다 풍광을 즐기며 와인을 홀짝이는 경치 좋은 레스토랑이 보인다. 누구나 한번쯤 살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지상의 천국같은 곳이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블랙 마를린’이라는 바닷가 언덕의 식당에서 만난 한 영국인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포겟 잇(Forget it·잊어버려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도로(몬테레이 반도∼샌타모니카)와 비교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렇듯 단호했다.

반도(케이프페닌슐라)의 북단 시포인트(Sea Point). 해안 드라이브의 출발점이다. 여기 서해안의 아침 안개는 유명하다. 남극으로부터 북상하는 한류 때문인데 안개 속에 드러나는 산기슭(왼쪽)과 바위해안과 흰 모래 해변의 바다(오른쪽) 풍경은 기가 막히다. 이어 도착한 샌디베이. 유일한 누드비치로 이런 자연 속에서라면 벗고도 남을 듯했다.

○ 산기슭 휘감은 해안도로엔 안개가 피어오르고…

프먼스피크(해발 592m)라는 봉우리가 우뚝 선 후트 베이 해안. 바다로 잦아드는 산기슭의 허리를 감아 도는 해안도로가 멋지다. 이 길로 남행하면 희망곶. 희망곶의 ‘희망’에는 이런 바람이 담겨 있다. 유럽 동편에 있다는 미지의 세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고자 하는 바람이다.

배가 최고 교통수단이던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인 디아스의 업적은 위대하다. 인도로 데려다 줄 새 바다를 찾아낸 것(1488년)이다. 그리고 10년 후. 인도항로는 바스코 다가마에 의해 개척된다. 물론 그것이 인도와 아시아에 대한 식민 침탈의 신호탄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두 대양의 접점인 이곳. 한류와 난류의 충돌 현장인 이곳에는 늘 강풍이 분다. 이 바람에 땅끝 주변은 침식이 심해 황량하다. 평원에는 한가로이 오스트리치가 오간다. 사실 디아스가 찾은 희망곶은 대륙 남단이 아니다. 정확히는 ‘서남단’이다. 진짜 남쪽 끝은 여기서 동쪽으로 250km 거리의 케이프아굴라스다.

그러나 역사는 디아스에게 아량을 베푼다. 희망곶 동쪽으로 2km쯤 떨어진 해안절벽 케이프포인트를 대서양과 인도양의 접점으로 정한다. 케이프타운으로부터 60km, 케이프페닌슐라의 땅끝이다.

그런데 이런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은 케이프포인트를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이라고 믿고 돌아간다. 디아스의 ‘위대한 착각’. 그것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그것도 역사이기 때문일까.

▼‘아프리카의 유럽’ 남아공 케이프타운▼

‘희망봉’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대륙 최남서단의 ‘희망곶’(Cape of Good Hope). 유럽인 최초로 여기를 지나 인도양을 ‘발견’한 포르투갈 항해가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이라고 여겼던 이곳에는 관광객을 위한 위치표시 푯말이 서있다. 남아공케이프타운=조성하기자

케이프페닌슐라 여행의 출발지인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여행객에게 ‘참새 방앗간’격의 여행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남아프리카 여행의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유럽’이라고 불릴 만큼 유럽전통이 강하게 느껴지는 케이프타운은 테이블마운틴과 테이블베이,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했던 감옥이 있는 로빈아일랜드 등이 있어 인기 있는 관광지다.

이곳이 항구로 개발된 것은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항로 개척(1497년) 후 동인도회사의 배가 인도를 식민지로 삼기 위해 오가던 1652년부터. 상선에 물자를 보급하던 곳이었다. 당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테이블베이의 선창인 워터프런트. 케이프타운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이 올려다 보이는 이곳에서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수감됐던 감옥이 있는 로빈아일랜드를 오가는 관광선을 탈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도 케이프타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그 이름은 마치 칼로 산정을 잘라낸 것처럼 산정부분이 평평한 특이한 외형에서 왔다. 케이프페닌슐라 반도의 척추격인 산맥의 주봉을 이루는 이 산은 인도양의 후덥지근한 바람이 대서양의 찬바람을 만나는 곳. 테이블마운틴과 옆의 데블스피크라는 봉우리 사이에서는 늘 하얀 구름(‘테이블 닥터’라고 불림)이 걸려 폭포처럼 밑으로 쏟아지는 듯한 진귀한 풍경이 펼쳐진다.

시내를 지나 테이블마운틴 산기슭을 순환도로로 오르면 산 중턱(해발 336m)에서 케이블카 승강장을 만난다. 여기서 스위스의 티틸리스봉을 오르는 리볼빙 케이블카(운행 중 자동 회전하는 전망용)와 똑같은 케이블카를 타면 5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그 정상(해발 1088m)에서는 케이프타운 시내와 테이블베이는 물론 테이블베이 앞 바다의 로빈아일랜드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케이프페닌슐라 해안 드라이브 여행 때 달리게 되는 서해안(대서양 변) 도로와 근방의 아름다운 해안마을(란두드노 샌디베이)도 내려다보인다. 테이블마운틴에는 절벽 가장자리에 전망대를 설치, 대서양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온통 바위로 이뤄진 정상의 평지에는 산책로가 있어 주변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을 보고 나면 케이프페닌슐라 자동차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 도중 들르게 되는 세 타운은 아주 특별한 곳이어서 기대해도 좋다. 우선 펄스베이의 사이몬스타운을 보자. 자그만 만의 앞바다로 작은 보트를 타고 나가는데 거기에 가면 거친 파도가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거친 바다 한가운데 돌섬을 온통 물개가 뒤덮고 있는 장관을 보게 된다.

다른 하나는 볼더스라는 작은 해변 마을. 화강암 바위로 이뤄진 해안의 한쪽을 장식한 하얀 모래해변에는 키 50cm 크기의 작은 아프리카 펭귄 3000마리가 산다. 펭귄이 사는 해변을 본 적은 있어도 마을의 집 앞 해변에서 펭귄이 서식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이곳이 유일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가볼 만한 곳은 마치 정원처럼 나무와 꽃, 그리고 포도원으로 꾸며진 남아공 와인의 고향 슈텔른보시다. 유럽의 한 도시를 생각나게 하는 이곳에서는 그저 산책만 해도 즐겁다.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양조장의 시음장에 들어서면 예쁜 식당과 호텔도 보인다.

케이프타운(남아공)=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케이프타운 △기후=여름은 건조하고 겨울에 비가 오는 지중해성. 여름과 초가을(1∼5월)이 여행 최적기. △말라리아=크루거 국립공원 등 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예방접종 불필요. △테이블베이=선창인 워터프런트는 샌프란시스코 피어서티나인 보다 더 낭만적이다. 선창식당의 음식도 훌륭하다. 워터프런트의 테이블베이 호텔은 케이프타운 최고다.

◇케이프페닌슐라 자동차여행 △총거리=200km △케이프포인트=해안절벽 위의 등대(2개)와 희망곶은 계단과 후니쿨라(지상케이블카)로 연결된다. 걸어서 케이프포인트의 절벽위 등대까지 갈 수 있다. △희망곶 사인보드=위도와 경도가 아프리칸스(남아공 언어)와 영어로 표기된 푯말이 바닷가 평지에 있다. 사진 촬영 포인트니 놓치지 말 것.

◇웹 정보 △남아공 관광청=www.southafrica.net △케이프페닌슐라 국립공원=www.cpnp.co.za △사우스아프리카항공(02-775-4697)=www.flysaa.com

● 남아프리카 패키지 상품

아프리카 전문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02-775-7756·www.interafrica.co.kr)는 남아공을 경유,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을 여행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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