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소렌스탐의 빛나는 선택…16번홀 신기의 버디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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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believable.”

‘골프여제’인 아니카 소렌스탐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는 환상의 트러블 샷이었다.

16번홀(파5). 12언더파를 기록 중이던 소렌스탐은 17번홀까지 10언더파인 안시현에 2타차로 쫓기고 있었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 소렌스탐이 티샷을 실수했다. 왼쪽으로 너무 쏠려 나무에 맞고 옆 11번홀 러프로 들어간 것. 앞에는 숲이 우거져 16번홀 핀쪽을 겨냥해 치기는 불가능한 상황. 옆으로 레이업할 순 있지만 그러면 1타를 손해봐야 했다.

소렌스탐과 캐디 테리 맥나마라는 7번 아이언으로 텅 비어있는 11번홀 페이웨이쪽으로 치기로 결정했다. ‘옆’으로 가는 대신 ‘앞’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

두 번째 샷을 한 뒤 남은 거리는 이제 94야드. 여전히 16번홀 그린은 숲에 가로막혀 있었지만 거리가 가까워 로프트가 큰 웨지로 숲을 넘길 수 있었다.

54도 웨지를 든 소렌스탐은 강하게 찍어쳐 약 20m 높이의 숲을 넘겼고 그린 위에 정확히 떨어진 볼은 강력한 백스핀이 걸려 떼굴떼굴 뒤로 구른 뒤 핀 1m 옆에 멈췄다. 앞이 안 보이는 ‘블라인드 샷’ 임에도 귀신처럼 거리를 맞혀 핀에 붙인 것이었다.

소렌스탐은 자칫 보기 이상을 범할 수도 있었던 이 홀에서 오히려 버디를 낚아 2위 안시현과의 차이를 3타로 벌렸다.

그는 “그 샷이 얼마나 어려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얼마나 어려웠냐고요? 아주 어려웠죠. 반드시 나무를 넘겨야 했으니까요. 완벽한 클럽 선택을 한 데다 그린이 아주 부드러웠어요. 만약 그린이 딱딱했다면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소렌스탐이 16번홀에서 보여준 환상의 트러블샷은 홀과 홀 사이에 OB 말뚝을 박아놓은 국내 골프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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