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자연과학]‘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입력 2004년 6월 11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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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제럴드 더럴(사진속 인물)이 유년기를 보냈고 수많은 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던 그리스 서부 코르푸섬의 해안.동아일보 자료사진
저자 제럴드 더럴(사진속 인물)이 유년기를 보냈고 수많은 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던 그리스 서부 코르푸섬의 해안.동아일보 자료사진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392쪽 1만1000원 웅진닷컴

스무 살의 작은형은 귀의 염증으로 오만상을 지었다. 열여덟 살 누나는 여드름이 얼룩무늬로 얼굴을 수놓고 있었다. 열 살짜리 막내는 코가 꽉 막혀버렸고, 엄마는 감기에다 신경통까지 한꺼번에 앓고 있었다. 영국 서식스 지역의 비바람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햇빛이야!”

큰형의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꿔 놓았다. 그리스의 햇살 가득한 코르푸 섬이 가족의 새로운 정착지였다. 건강은 기본으로 따라왔고, 열 살짜리 막내는 덤으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선물들을 얻었다. 코르푸 섬에 사는 거북, 비둘기, 제비, 매미, 전갈과 사마귀며 물뱀, 반딧불이의 현란한 빛 무리 아래 헤엄치는 고래 떼가 그것이었다.

열다섯 살에 제2차 세계대전을 맞아 영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막내 제리가 기록한 꼼꼼한 동물 관찰기는 17년 뒤인 1956년 이 책으로 묶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자기 방으로 도마뱀붙이와 사마귀를 초대하고 앨버트로스를 기르는 제리의 특이한 취미를 이해한 사람은 오직 어머니뿐이었다. 성냥갑에 전갈 가족이 들어 있고 욕조에는 물뱀이 우글거리는 상황을 형제들이 반길 리 없었다. 대신 그의 노트는 수많은 반짝이는 관찰들로 짜였다.

거북 기사들이 귀부인 거북을 놓고 벌이는 무술시합, 승리한 ‘기사’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툰 연애기술이 미소 짓게 만든다. 도마뱀붙이와 사마귀의 목숨을 건 혈투에는 긴장감으로 침을 삼키게 된다. 두 제비 가장의 ‘생활력’ 차이도 눈길 가는 대목. 한 집 제비 아빠는 집짓는 데 선수였고, 또 다른 아빠는 턱없이 큰 재료만 물어왔으나 건축술에는 젬병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기제비들이 태어나자 전세는 역전된다. 큰 것 잘 챙기던 아빠는 싱싱한 벌레들을 턱턱 물어왔고, 집짓기 선수였던 제비아빠는 그만 풀이 죽는다….

영국으로 돌아온 ‘동물광’ 제리는 이 책을 내기까지, 또 그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그는 취미를 살려 애완동물 가게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동물원 연구원이 됐고, 아프리카 카메룬과 남아메리카의 영국령 기아나로 동물 탐사여행을 떠났다. 탐험 때문에 재산이 바닥나자 그는 어린 시절 코르푸 섬의 경험을 기록한 이 책과 탐사여행 경험을 다룬 책들을 써서 유명인사가 됐다. 63년에는 마침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는 ‘더럴 야생동물 보존 트러스트’를 세워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

동물학자를 훈련하는 국제훈련센터를 세우고 BBC의 자연탐사 프로그램 제작을 도우면서 만년을 보낸 그는 82년 영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고 95년에는 먼저 떠나 보낸 그의 동물친구들 곁으로 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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