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파병 또 흔들어서야

여야 의원 22명이 ‘이라크 파병중단 및 원점 재검토 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내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의 이라크 상황으로 볼 때 전후 평화재건 지원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의 파병반대 소신에 대해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원들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국회에서 통과된 추가파병안을 뒤집는 게 옳은 일인지는 국익(國益) 차원에서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난 국회가 한 일을 새 국회가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입법부의 계속성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정부는 다음주 중 파병일정과 규모를 최종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를 방문 중인 국방부 파병협조단은 현지 군 및 아르빌 자치정부측과 파병에 따른 실무협상을 완료했다고 한다. 방미 중인 권진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미국측에 전달했다.

이런 마당에 국회에 ‘파병중단 권고 결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파병을 준비하는 정부를 흔드는 일이다. 다시 소모적 논쟁이 시작되면서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도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에서 드러났듯 지금의 한미동맹은 결코 낙관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일본 정부까지 한미동맹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만일 미국과의 파병 약속이 깨진다면 한미동맹의 균열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면 신념과 양심을 강조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조건에서 무엇이 과연 국익을 위한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파병중단 권고 결의안’의 국회 제출은 재고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