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재무, 산유국에 석유 증산 촉구

  • 입력 2004년 5월 2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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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치솟는 국제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비롯한 산유국들에 증산을 촉구했다.

이미 증산 방침을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생산능력까지 증산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G7이 석유세를 인상해서 수요를 줄이는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말로만 해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G7 성명=미국 뉴욕에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7개국 재무장관들은 이틀간의 회의후 23일 폐막성명을 통해 "유가 인하는 세계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유가가 세계, 특히 최빈국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산유국들이 적정량의 원유를 공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최근 일부 산유국들의 증산 발표를 환영한다"고 사우디의 증산 방침을 적극 지지했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들도 사우디를 따르기 바란다"면서 "구체적인 유가 수준에 대해 논의는 없었지만 우리는 OPEC가 적정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는 배럴당 22∼28달러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물은 배럴당 40∼41달러 선에서 거래되다가 21일 39.93달러로 마감됐다.

이같은 G7 성명에 대해 AG 에드워즈의 빌 오그래디 조사담당이사는 "야채가게에 가서 가격을 내려달라고 말하는 셈"이라며 "수요를 줄이는 등 주요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사우디 등 일부 증산 여력이 있는 나라 외에 나머지는 현재도 최대능력껏 생산중"이라면서 "이번주초에도 유가가 소폭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웰스파고은행 손성원 부행장도 "G7으로서 석유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 성명이 세계경제의 단기적인 최대 위기요인인 고유가를 진정시키는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OPEC 동향=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OPEC 비공식 회의에서 석유장관들은 증산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6월3일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게네 이란 석유상은 기자회견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암스테르담에서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을 만난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국 에너지장관은 "사우디는 6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60만배럴 늘려 910만배럴이 되게 할 것이며 1050만배럴의 최대생산치로 늘릴 용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베네주엘라 라파엘 라미레즈 에너지장관은 "OPEC가 중기(中期) 적정 유가수준으로 설정해놓은 배럴당 22∼28달러를 올릴 것을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사우디의 증산요구는 일방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페티 빈 체트와네 석유장관도 "그들(OPEC)은 (증산결정을) 할 수 없다"면서 "사우디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분석가들은 암스테르담에서 OPEC의 합의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데 대해 "놀랄 일은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럽다"면서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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