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오/‘동계올림픽 유치’ 춤추는 公約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59분


코멘트
“스포츠를 왜 정치에 끌어들이느냐.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좌시하지 않겠다.”

전북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7일 전북도청 기자실에 몰려와 정치권을 성토했다.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이틀 전 강원 강릉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동계올림픽이 강원도에 유치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이들을 자극했다. 이들은 그렇지 않아도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를 두고 전북 무주군과 강원 평창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권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흥분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강원과 전북의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표를 얻고 보자’는 정치권의 정략 때문에 다시 재연되고 있다.

▼관련기사▼

- 전북단체 "악용 말라" 질의서 채택-철회 요구

전북도 관계자들은 특히 한나라당이 ‘동계올림픽 강원 유치 지원’을 들고 나선 데는 전북 11개 선거구 가운데 단 1곳에만 후보를 낸 만큼 전북을 포기하고 강원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략적 발상’은 한나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동계올림픽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정당은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정책위 의장이 3월 중순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계올림픽 전북 유치 지원을 공약했다. 그러나 강원도 의회에서 즉각 반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원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양쪽을 모두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열린우리당측은 슬그머니 이를 공약에서 삭제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틈새를 최근 민주당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무영(李茂永) 전북 선대본부장은 기자에게 “열린우리당이 동계올림픽 전북 유치 공약을 내걸었다가 삭제한 것은 강원 표를 의식해 전북 도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를 총선 이슈화해 전북에서 ‘반사이익 챙기기’에 나서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국가적 현안인 동계올림픽 유치 문제를 놓고도 정략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정치인은 안 나서는 게 돕는 것’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를 알 수 있을 듯했다.

전주=김광오 총선취재팀 기자 ko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