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범수/사회복지사무소 더 미룰수 없다

입력 2003-12-29 18:19수정 2009-10-1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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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시신을 6개월 동안 옆에 두고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 온 한 중학생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손녀 때문에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70대 할머니가 손녀를 살해한 안타까운 소식도 들었다.

실직이나 질병, 생계곤란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을 국가가 최소한도로 보호하고 도와 주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돼 있긴 하지만 방치돼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의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복지정책이 대폭 확대되고 사회복지부문 예산도 1997년에 1조4000억원이었던 것이 2003년에는 4조7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내년에도 정부 전체 예산은 금년 대비 2% 늘어나지만 복지부문 예산은 9.2%, 약 1조원이 더 늘어난다고 한다.

사회복지예산은 이처럼 확대됐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수준은 크게 향상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들이 많지만 정작 국민은 피부로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원인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복지예산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체계화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시군구, 읍면동,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센터, 보건소 등 다양한 기관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기관 상호간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상자에 따라 서비스의 중복이나 누락이 발생하고 있다.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가정에 대해 국가가 생계나 의료 등을 보장하는 공공부조 시스템이 있으나, 위기에 처한 가정이나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손을 내밀 수 있는 공공복지기관과 연계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시군구에 사회복지사무소를 설치해 복지서비스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사회복지전달 체제를 개선하는 일은 복지예산을 늘리고 많은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회복지사무소는 현재 시군구, 읍면동에 분산돼 있는 사회복지 관련 업무 및 인력을 통합한 것으로 기존의 시군구, 읍면동에서 추진하던 사회복지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복지대상자의 발굴, 전문적 복지서비스의 제공, 주민의 욕구를 반영한 지역복지정책의 개발 시행, 지역복지자원 및 서비스의 연계 조정 등의 기능을 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가정을 발굴하고 공공과 민간의 자원을 활용하여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정상화하는 역할도 바로 사회복지사무소의 몫이다.

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2년간 전국 6개 지역에서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2년 동안이나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작업을 미룰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날로 늘어가는 위기가정을 적시에 파악하고 신속하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 수도관에 구멍이 생겨 물이 새면 당장 고쳐야지 수압만 높인다고 물이 잘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내년부터 바로 모든 시군구에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범수 평택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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