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73…귀향 (7)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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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수가 너무 많아 열 명씩 나뉘어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윤세주 동지는 최철호 동지, 진강화 동지와 함께 대원 10명을 데리고 산 속에 숨어 있었지예. 그런데 왜적 100여명이 갑자기 나타난 깁니다. 윤세주 동지가 ‘이대로 있으면 전멸 당한다. 우리가 유인해 대원들을 도망시키자’고 해서, 세 명이 일본군 앞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최철호 동지는 산 위로 뛰어올라가고, 윤세주 동지는 옆으로, 그라고 몸이 약한 진강화 동지는 산을 뛰어 내려갔다고 합디다.

최철호 동지는 위로 위로 올라가는데 등 뒤에서 총소리가 막 울렸다 카데예. 그래서 산양들이 많이 있는 동굴에 몸을 숨기고 총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한참 후에 바위 뒤에 몸을 숨기면서 산을 내려오는데, 대원들의 시체가 널려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사를 확인하다가 젊은 대원의 시체에 깔려 있는 윤세주 동지를 발견했다 캅니다.

허벅지에 총을 맞아 피를 엄청시리 흘리고 있는데, 숨은 아직 붙어 있고 의식도 분명했다고 합니다. 윤세주 동지는 ‘진강화의 비명이 들렸다.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괜찮으니까, 진강화 동지를 구하라’고 했다 캅니다.

진강화 동지는 벼랑 아래서 발견됐습니다. 어깨에 총을 맞고, 투신자살한 것 같습디다. 붙잡히면 거꾸로 매달리거나 물에 처박히고 손톱 뜯기고, 그래 고문당하다가 끝내는 처형당할 게 뻔하니까예.

최철호 동지는 윤세주 동지를 등에 업고 산을 올라가 일단 동굴에 숨기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대원들을 찾으러 갔다 합니다. 하진동 동지를 찾아서, 어떻게든 목숨을 살리려고 동굴 밖에서 의논을 하고 있는데, 산기슭 마을에는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고…밀고 당할 위험이 있어 민가의 문을 두드릴 수도 없고…그런 얘기 소리가 들릴 턱이 없는데, 윤세주 동지는 ‘나 때문에 자네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도망쳐라, 도망쳐서 전열을 정비하여 다시 싸우라’고 했다는 깁니다. 그래서 두 동지는 동굴 입구를 나무와 바위덩이로 가려놓고, 낮에는 다른 동지들을 찾고 밤에는 동굴로 돌아와 윤세주 동지를 보살폈다 캅니다.

며칠이 지나자 물, 물, 물이란 소리밖에 안 하더라 캅디다. 마을에 내려가서 죽어라 찾았지만, 강도 없고 우물도 없고…동굴로 돌아와 보니까, 윤세주 동지가 자기 오줌을 컵에 받아 마시고 있었다 캅니다. 그렇게 몇 번을 계속하면 열이 나지예. 아니나 다를까, 심한 열이 며칠 계속되더니, 6월 들어…6월 2일…."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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