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신대륙의 전설-시비스킷'…전설이 된 경주마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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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의 전설-시비스킷/로라 힐렌브렌드 지음 김지형 옮김/519쪽 1만2000원 바이오프레스

“자넨 말을 알고, 말 또한 자네를 알지. 그를 집으로 데려다 주게나.”

1940년 3월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산타아니타 경마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7만8000여명의 함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낡은 회색 중절모를 쓴 사내가 신탁처럼,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밤색말과 기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늙은 조련사 톰 스미스가 말한 ‘집’은 ‘우승’이었다. 1934년부터 6년간 미국인을 열광시킨 경주마 시비스킷(seabiscuit)과 기수 레드 폴라드는 이제 그들 생애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시험대에 섰다. 시비스킷도, 기수 폴라드도 부상으로 오랫동안 트랙에 서지 못했다. 우승이 아니라면 영광스러운 은퇴는 없었다.

대공황시대인 1930년대, 실의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열망을 잃지 않게 해준 경주마 시비스킷의 전설적인 레이스들을 추적한 책. 그러나 개개의 레이스보다는 도저히 성공할 가망이 없을 것 같은 상처투성이의 말을 발굴해 최고의 경주마로 키운 사나이들의 선구안과 도전, 그들을 때로는 진창에 빠뜨리고 때로는 횡재하게 한 격동기 미국사회가 생생히 그려진다.

평생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묘한 열정’을 품었던 시비스킷의 주인 찰스 하워드는 자전거수리공으로 출발해 자동차왕이 된 인물. 한때 영국 기병대의 말을 길들였던 조련사 스미스는 자동차 출현과 함께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야 할 ‘외로운 초원인’이었다. 무엇보다 기수 폴라드는 시비스킷을 만나기 전까지는 삼류 권투선수이자 실패한 기수에 불과했다.

시비스킷은 은퇴할 때까지 6년간 33번의 경주에서 우승했고 13개의 트랙기록을 경신했으며 최단거리와 0.5마일 경주 세계기록을 깨뜨렸다. 10만달러가 걸린 40년 3월 2일의 마지막 경주에서도 시비스킷은 기존의 트랙기록을 깨고 우승했다.

저자는 경마전문 저술가로서 뉴욕 타임스 등에 기고해온 스포츠 저널리스트.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이 책을 기초로 제작한 동명 영화가 9월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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