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86 참모’의 섣부른 세대혁명론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34분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들고 나온 ‘세대혁명론’은 그것이 여권 핵심에 포진한 ‘386 그룹’의 일반 정서를 대변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여권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정계 개편 및 권력 다툼과의 연관성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안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386세대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정계 개편과 연관된 ‘숨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발언은 정치개혁을 외쳐온 ‘386 그룹’에 대해 실망감을 크게 한다. 구세대는 역사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이분법적 접근도 위태롭지만 더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도 과거 정치의 구태를 답습하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안씨의 발언에는 이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드러나 있다. 새 정치는 국가경영이나 국민을 위한 정치로 나아가야 하며 젊은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비전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안씨처럼 ‘누구는 안 된다’며 선부터 긋고 나서는 것은 지난 시절 권력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과 다를 바 없다.

안씨는 인터뷰에서 스스로 집권당의 사무총장이 되겠다고 하면서 이를 JP(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38세 때 공화당 당의장을 했던 사실에 비교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JP를 끌어댄 것은 기본적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뿐더러 이 역시 과거의 권력투쟁형 정치에 근거한 발상이다.

세대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386 정치인들은 이를 거론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들의 공적 기여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들이 국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지지와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세대교체를 말할 자격이 있다. 여권 주류와 청와대 386 참모 사이의 갈등설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에 안씨의 발언은 신중치 못할 뿐 아니라 부적절하다. 새 정치는 국민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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