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기술 vs 파워…이승엽-심정수 비교해 보니…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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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좌 승엽이냐, 우 정수냐.’

삼성 이승엽(27)과 현대 심정수(28)는 현재 국내프로야구 타격을 양분하는 간판타자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이들의 홈런 순위(이승엽 47개, 심정수 46개)는 마지막날에야 승부가 났고 타점에서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이들의 ‘라이벌전’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같은 에이전트사인 SFX 소속으로 올 초 메이저리그 플로리다 말린스 스프링캠프에도 나란히 초청돼 다녀온 이승엽과 심정수.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둘을 비교해 봤다.

●부드러움 VS 힘

이승엽의 타격은 물흐르듯 부드럽다. 1m83, 85kg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파괴력이 나올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허리회전과 손목사용, 임팩트 능력으로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다. 그야말로 기술의 타격을 한다.

반면 심정수는 ‘천하장사’ 스타일. ‘헤라클레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1m82, 100kg에 허벅지 둘레가 웬만한 여자허리 사이즈인 27인치에 달할 정도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올해 플로리다 캠프에 갔을 때 미국 선수들조차 그의 벗은 몸에 감탄했다. 전엔 힘만 좋았지만 이젠 타격기술도 눈을 떴다. 탄탄한 하체가 바로 장타의 비결이며 변화구 대처능력도 예전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심정수

이승엽의 방망이는 34인치 반(길이)에 900g(무게), 심정수는 33인치에 830∼840g의 배트를 쓴다. 힘이 더 좋은 심정수가 더 짧고 가벼운 방망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순간적인 배트스피드와 폭발력에 중점을 둔다는 얘기. 반면 이승엽은 배트스피드는 심정수보다 뒤지지만 길고 무거운 방망이에 자신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심정수의 올 시즌 홈런 비거리는 평균 120m, 이승엽은 117.3m. 심정수가 12개중 11개가 좌월 홈런인데 반해 이승엽은 15개의 홈런을 골고루 ‘스프레이’식으로 날렸다. 힘과 부드러움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옥에 티

둘의 약점은 공통적으로 몸쪽에 있다. 이승엽은 몸쪽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아주약하고 심정수도 몸쪽 공에 대처를 잘 하지 못하는 편. 심정수가 두 번씩이나 얼굴에 공을 맞은 것도 약점을 아는 상대투수들이 몸쪽 공략을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최후의 승자는 누굴까.

올 시즌 둘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무대를 떠날 경우 ‘최후의 승자’는 심정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프로야구에 간다면 통할 선수로 심정수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

삼성 박흥식 타격코치와 현대 김용달 타격코치도 이구동성으로 심정수를 꼽았다. 이들은 1루수인 이승엽과 달리 심정수가 포지션에 여유가 있는 외야수라는 점과 타격에 기복이 적고 배팅파워가 뛰어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타격 부문별 랭킹 (19일 현재, 원안은 순위)
이승엽부문심정수
15개 ①홈런12개 ②
36개 ①타점34개 ②
0.277 (23)타격0.346 ③
24 ⑥득점25 ④
0.349 (48)출루율0.459 ①
0.669 ③장타력0.685 ①

▼삼성 박흥식 타격코치가 본 정수와 승엽

승엽이는 몸이 유연하고 임팩트를 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방망이에 실어 보낸다는 얘기다. 타석에서의 집중력과 볼 대처능력도 정수에 비해 한수 앞선다. 하지만 힘에서는 정수가 월등하다. 배트스피드도 더 낫고 그야말로 파워 배팅을 한다. 예전엔 정수가 기마자세를 했었는데 다리를 안쪽으로 모아주는 자세로 바꾼 뒤부터 하체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 같다. 이젠 투수들이 (심정수를 상대로) 정말 던질 데가 없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폼도 완벽하고 절정에 달해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현대 김용달 타격코치가 본 승엽과 정수

정수는 지난해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정신적인 면에서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기량이면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크다. 나이를 감안했을 때 이제 전성기를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무릎을 안쪽으로 모으는 클로즈드 스탠스를 하면서 힘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알게 됐다. 승엽이는 체중이동을 많이 해 방망이의 질량을 이용해 타구를 멀리 보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순간파괴력에선 정수가 앞선다. 타구 비거리도 정수가 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이승엽이 보는 심정수

“올해 플로리다 말린스 캠프에 초청됐을 때 정수 형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전에는 그냥 ‘잘하는 선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같이 생활하면서 야구해보니 ‘대단한 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고 야구적인 면에서도 별로 흠잡을 데가 없다.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할 선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심정수가 보는 이승엽

“승엽이가 굉장한 선수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승엽이는 언론의 관심과 투수들의 집중 견제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헤쳐 나가는 걸 보면 대단하다. 주위에서 우리 둘을 비교하는 데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승엽이는 워낙 홈런을 잘 치는 타자이니까 자기 페이스를 지킬 거고 난 내 자신의 일만 집중할 생각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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