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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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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다 청와대에 파견 나와 있는 한 관료는 최근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참여정부의 청와대 생활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언뜻 이해가 안가 재차 물어봤다.
이 공무원은 “무엇보다 국회에 자주 불려 나가지 않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며 첫 번째 상전으로 국회를 꼽았다. 청와대에 있으니까 국회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국회의원들의 숱한 자료 제출 요구도 청와대에서는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며, 행정부의 업무를 견제하는 기관이라는 의식이 그에게는 없는 듯했다.
그가 두 번째로 지목한 상전은 공무원에 대한 내부 감사기관인 감사원이었다. 그는 “부처에 있으면 감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는데 청와대는 감사원의 감사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선 부처의 관료들이 접시를 열심히 닦는 심정으로 일을 하다가도 자칫 그릇을 깨뜨리면 불이익을 받지만 청와대 업무에 감사원이 일일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꼽은 상전은 언론이었다.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었던 그는 부처 재직 때는 언론의 감시에 항상 긴장했으나 청와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더라는 것이다. 새 정부가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기자출입을 막은 데 대해 반기는 반응이었다.
그는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니 일하기도 편하고 언론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기자들이 모르니까 부담도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새 정부의 변화된 언론취재시스템으로 청와대가 일하기 편한 곳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료는 기자에게 다른 말을 했다. 그는 “하루 두 차례 비서동(棟)을 기자들에게 개방하고 취재를 허용했지만 일하는 데 불편은 없었다”면서 “지금처럼 비서동 출입을 막으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정책판단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업무와 일선 부처 관료들의 업무는 분명히 다를 수 있다. 그러나 “3가지 상전이 없어서 편하다”는 청와대 공무원의 말을 듣고 있자니 왠지 ‘무풍지대’에 있다가 일을 그르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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