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과 함께하는 세상을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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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23회를 맞는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이 ‘열린 마음 함께하는 세상’이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념일을 제정한 지 23년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비장애인의 마음이 얼마나 열렸는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과연 함께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면 우울하다.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이 열흘째 ‘장애인 교육권 쟁취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측은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학생을 뽑기만 했지 공부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장애인들에게는 학습권은 물론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대선 때는 투표장소가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심신이 불편한 이들에게 ‘장애물’로 다가오는 것은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다. 최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열명 중 일곱 명이 장애로 인한 차별을 겪는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장애인의 편견이다. 고위험 사회 속에 사는 현대인은 모두가 어느 한순간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지닌 ‘잠재적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여기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최근 장애인들이 출범식을 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분명하고 엄격한 법과 제도가 비장애인의 편견을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실질적으로 기본권을 보장하는 명확한 조항을 담고 있는 법과 정책은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평등하게 참여하게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심신이 다소 불편하다는 ‘차이’인 장애가 차별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아픔을 대신 짊어지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역할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모두 마음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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