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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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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을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의 단호하고도 일관된 입장은 ‘권언(權言)유착’을 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KBS 사장 임명에서 보여준 것은 실망스럽게도 ‘유착’의 단계를 넘어 직접 ‘개입’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KBS 사장의 경우 이사회가 임명제청을 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송법을 근거로 자신의 임명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의 취지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이사회의 독자적 결정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임명권자가 추천과정에도 개입한다면 이사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과거에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사장이 임명됐던 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이런 구태를 답습한다는 것은 방송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주는 대의명분과 언론개혁의 정신에 어긋난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언론에 대한 정권의 간섭은 없다’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노 대통령은 KBS 이사회에 전달한 자신의 추천의사가 ‘압력’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그의 현실인식에도 의문을 갖게 한다. 대통령의 의사를 압력으로 여기지 않을 사람이 이 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특히 노 대통령이 임명과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날 사표를 제출한 서 사장에 대해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가 풀리면 그대로 갈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우려할 일이다. 서 사장의 임명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방송독립을 바라는 다수 여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권이 방송계 인선에 관여하는 ‘권언유착’의 잘못된 관행은 이제 단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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