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시험대 오르는 감독들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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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맛봬기에 불과하지만 시범경기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기는 팬과 야구인은 물론 우리 야구기자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경기를 지켜봐야 하고 더구나 8개월여에 걸친 마라톤 야근이 기다리고 있지만 가슴이 설레기는 매한가지다.

8개 구단 감독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겨우내 온 몸이 근질거렸지만 불행하게도 우승컵은 하나고 포스트시즌 티켓은 4장. ‘가을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사령탑은 팀 전력에 관계없이 책임을 추궁당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인사태풍이 몰아닥칠 거란 예감이 든다.

먼저 삼성 김응룡감독과 기아 김성한감독. 해태 시절 사제간의 정을 쌓았던 이들은 올해 하나뿐인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김응룡감독으로선 지난해 우승으로 2001년 두산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불명예를 만회했지만 올해 2연패에 실패하면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김성한감독은 박재홍과 진필중이란 걸출한 스타를 영입해준 구단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계약기간도 올해까지이고 연말에는 주니치의 선동렬 코치가 일본에서 돌아온다.

LG 이광환감독은 전임자인 김성근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며 2위에 오르고도 중도 해임된 김감독의 개운치않은 기억이 시즌 내내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LG의 전력은 김재현 서용빈의 공백으로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40대 돌풍이 기대되는 초보 사령탑인 한화 유승안감독과 SK 조범현감독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 이들이 제 아무리 제갈공명이라도 두 팀이 우승권에 들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잘못하다간 50대 전임자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한다.

백인천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탈꼴찌만 해도 성공이란 평가. 두산 김인식감독과 현대 김재박감독은 한 팀에서 두 번씩 우승 맛을 보며 장수하고 있지만 재계약을 위해선 다시 한번 우승컵을 안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과 기아의 이중장벽이 높아만 보인다.

과연 시즌이 끝난 뒤 누가 웃을 것인가. 감독 입장에선 죽을 맛이겠지만 팬들로선 2003프로야구를 지켜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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