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일찍이 손을 놓아버린 데다 정부와 현대는 각자 일면의 사실만을 강조하면서 서로 책임전가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달리 무슨 방법으로 국민적 의혹을 씻고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겠는가. 아직도 미스터리인 3억달러의 비밀 송금 내용, 송금의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여부, 송금을 전후해 현대에 8900억원을 지원한 경위와 정부의 대출압력 여부, 정상회담 추진의사를 정부가 먼저 타진했는지, 아니면 현대가 그랬는지 등에 대한 의혹을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회에서 밝혀낼 수 있겠는가.
당사자들의 공개해명으로 ‘송금 내용을 다 까면 현대가 망하고 남북관계가 훼손된다’는 주장은 이미 허구임이 드러났다. 송금 대가인 대북 7대 경협사업의 현실성과 수익성 등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익을 논하는 것도 선후가 뒤바뀐 억지다. 특검수사 후 정말 국익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그 부분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사법처리 여부 또한 수사결과를 보고 국익과 법익(法益) 그리고 여론을 비교형량해서 정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상임위에서 당사자 증언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적당히 면죄부를 주고 의혹을 덮고 가자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이는 현 정권을 마무리하는 여당으로서나 새 정권 출범을 예비하는 여당으로서나 합당한 자세가 아니다. 비밀송금의 진상규명 없이는 정국이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의 특검 회피는 명분과 논리뿐만 아니라 현실감각도 결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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