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단체 낙선운동 문제있다

  • 입력 2003년 2월 2일 18시 29분


2000년 국회의원선거 당시 총선시민연대가 벌인 낙선운동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일종의 후보검증이라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지만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고 두고두고 후유증이 이어졌다. 선거 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이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현행 선거법의 낙선운동 금지규정이 공명선거를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터에 대통령직인수위가 낙선운동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수위는 선거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를 바꾸기 위해 시민단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특히 노무현 차기 정부는 인적구성으로 볼 때 시민단체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더욱 그렇다. 노 당선자가 내년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새 시대의 선거문화는 ‘누구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 전략이 아니라 ‘누가 더 좋다’는 포지티브 전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후보에 대한 반대운동은 선거마당을 증오와 적개심 속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낙선운동이 허용되면 각 정당과 후보자는 너도나도 상대 당이나 후보에 대한 반대단체를 만들어 선거판을 혼란에 휩싸이게 할 수도 있다.

시민운동의 본래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시민의 존엄과 가치를 고양시키는 것이다. 존립의 목적이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우선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 선거라는 정치적 행위에서는 시민단체가 아무리 중립을 내세워도 의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이는 결국 새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민단체를 ‘우군’으로 활용하려다 큰 난관에 부닥쳤던 현 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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