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쪽박' 아픔 잊은 '부나비 투자'

  • 입력 2003년 1월 19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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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 의지로 잘 되지 않는 3가지가 있다. 자녀 교육과 골프, 그리고 주식투자다. 생각으로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싱글 골프를 치며 자녀도 일류 대학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차디찬 현실을 냉철한 이성보다는 허황된 욕심과 변덕스러운 감성으로 접근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운과 요행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끊임없이 노력한 뒤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잘못을 반성하고 역사에서 배워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붕어의 기억력은 30초 정도라고 한다. 낚싯밥을 물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도망친 붕어가 바로 그 미끼에 홀려 다시 무는데는 30초밖에 안 걸린다는 것.

주식투자자도 ‘붕어의 불행’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에 선도전기 군자산업(미래와사람) 새롬기술 등 신기술이라는 미명 아래 부풀어진 거품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한 투자자의 피맺힌 한숨소리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최영미의 시 ‘선운사에서’ 첫 연)일 때가 많지만 투자자들은 아직도 그런 종목을 찾아 헤맨다. 화려한 불꽃에 사로잡혀 불길에 뛰어들어 죽고 마는 넉나비처럼 ‘따블’ ‘따따블’ 날 주식만 찾아다니다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투자자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세대교체로 들어온 ‘새피’들이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거나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착각과 편견에 빠져 앞서 전사(戰死)한 선배들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는 탓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사람들이 약간이라도 볼 수 있으려면 마음으로 봐야 해”라는 말이 나온다. 변화가 많은 시기엔 눈에 보이는 현상만 보다간 중요한 진실을 놓치기 쉽다. 주가상승의 달콤한 유혹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다.

주식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냥 초기에 얼씬거리는 토끼를 잡으려다 총알을 다 쓰면 나중에 노루 떼가 지나가더라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미-이라크 전쟁이 임박하고 기업 실적이 호전되지 않아 증시에는 아직 북풍 한설이 몰아치고 있다. 버들강아지 피고 복사꽃 흐드러지는 봄날에 한바탕 ‘돈춤’을 추기 위해선 지금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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