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경근/‘法治회복’ 새 정권 과제로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25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정권의 과제를 법치주의의 복원에 두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나름대로의 국가목표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원인을 반추해 보면 응당 그래야 한다. ‘성역 없는 개혁’, ‘역사 바로 세우기’ 등 일련의 개혁 추진이 왜 ‘깜짝쇼’라든지 ‘형님-아우’의 빈정거림을 받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기득권 타파’라는 정치적 구호로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감성적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의거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숙고하기를 권한다.

▼편가르기式 총장임면 안돼▼

노 당선자는 입헌주의의 이름으로 법치주의에 입각한 법의 지배를 국정의 기본틀로 자리잡게 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 요체는 공정한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인프라인 사법부의 독립 및 검찰의 중립성 확보에 있다. 사법부가 법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도록 해야 하며 특히 검찰의 중립성 확보에 대한 의지를 ‘대통령의 이름으로’ 내비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잠깐 논란이 되었다가 일단 마무리된 검찰총장 임기 문제는 그 첫 단추를 잘 꿴 사례다. 대통령이 검찰총장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헌법에 따르면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하므로 대통령은 ‘행정권’의 최고 집행자인 동시에 최종적 책임자가 되지만, 검찰총장은 행정권에 속하는 ‘검찰권’의 통할자(統轄者)에 머무는 행정부의 공무원이고, 그러한 행정부 공무원의 임면(任免)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면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고,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개인적 정치적 통치적 이유로 해임할 수 없도록 검찰청법이 정한 것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옳기 때문이다. 검찰의 성역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2년 임기가 절대적으로 보장된다고 해석하는 것도 법의 진정한 취지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특별한 정치적 문제가 없는 한’ 그 임기가 보장된다는 노 당선자의 시각은 받아들일 만하다. 다만 그 ‘정치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적과 동지의 편가르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대통령직으로부터 나오는 의미임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치의 세계와 친숙하다면, 검찰총장은 법의 세계에 더 가깝다. 법의 세계는 궁극적으로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추종한다. 행여 이번 ‘검찰총장 임기제의 존중’이 검찰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수용된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그것이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유리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한시적 특검 상설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결기관화 문제, 경찰 수사권 독립 등 일련의 검찰 제도 개혁 방안들이 법무부가 말한 대로 기존의 형사사법체계와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검찰권, 특히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권력 견제 시스템의 형성이라고 하는 헌법적 당위도 아울러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나 사후통제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 어떤 절차나 형식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통제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입법자가 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 이 문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름걸고 약속해야▼

검사동일체 원칙의 재검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신체의 자유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소독점주의 내지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는 재정신청범위의 확대 등 검찰권 행사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방식 등도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법의 세계’를 실질화하는 데 기여하는 ‘정치 세계’의 몫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