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 전 총경 비호세력 누구인가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20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도피한 경찰청 전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전 총경이 미국에 숨어서 1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받은 것은 권력층 내에 비호세력이 있거나 경찰의 제 식구 봐주기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인임이 확인되면 퇴직금 지급을 보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경찰의 변명은 이치에 닿지 않는 발뺌이다. 해외도피한 피의자에게 경찰이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행위는 도피자금 제공이나 마찬가지이다. 퇴직금 지급을 보류하고 수배자 검거의 기회로 활용했어야 했다.

퇴직금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긴밀하게 연락했음이 분명한데도 경찰이 즉각 소재파악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것을 보면 적극적인 검거 의지가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제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 내부에 내통 또는 협조한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주소불명의 도피자에게 어떻게 거액 퇴직금이 지급될 수 있단 말인가.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관련된 최규선 게이트가 터져 나올 무렵 최 전 총경은 청와대에 드나들고 심야대책 회의에서 최규선씨에게 해외 도피를 권유해 그의 미국행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해외도피 범인을 잡기 위해 인터폴에 수배를 해놓고 이면에서는 도피자금을 제공했으니 그가 귀국해 수사가 재개되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는 사태를 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경찰은 퇴직금을 지급하기에 앞서 최규선 게이트의 수사 및 공소유지를 맡은 검찰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데도 검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사정도 궁금하다. 게이트 발생 초기에는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가 시일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일이 잦다 보니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형 범죄가 그치지 않는다.

최 전 총경의 퇴직금 지급 결정과정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되고 누가 결재를 했는지 가려내 문책해야 한다. 또 해외로 달아난 범죄 피의자와 내통하며 도피 생활을 도와주는 비호세력이 있다면 이들도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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