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빅4' 청문회 공약대로 하자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20분


민주당 일각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조각에 한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 등 이른바 ‘빅4’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인데 이는 논리가 옹색하다는 느낌이다. 이미 선거 전 공약으로 내세울 때도 한정된 시간은 예상했던 일 아닌가.

민주당측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치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경우 자칫 부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자격을 갖춘 인물을 고른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오히려 청문회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 당장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이 사안이 정국 혼선의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약이라고 모두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실시는 이미 국민적 공감을 이룬 주요 정치개혁의 한 방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선거 전에 구성된 정치개혁특위에서 이를 실시하기로 합의까지 이루지 않았던가.

두 번씩이나 인준이 부결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도 이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국정수행 능력이 부족한 인사는 주요 공직에 오를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기관장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자질 검증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현 정부 아래서 드러난 4대 권력기관장의 모습은 청문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친인척비리 등과 관련해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검찰총장 국세청장도 인사, 이권 개입, 투기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감위원장도 부정대출 의혹 등과 관련해 말들이 많았다.

현 정부 실정(失政) 가운데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사람을 제대로 가려 쓰지 못한 점이다. 4대 기관만이라도 도덕적으로 검증된 사람을 쓰려면 청문회는 필수적이다. 새 정권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자질 시비로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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