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주명룡/˝2030-5060 서로가 서로의 스승˝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58분


이번 대선에서 얻은 수확은 무엇일까.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세대간 갈등과 지역감정을 부추긴 정치인들만의 잔치였나. 나는 감히 ‘아니다’고 말할 수 있다.

2002년 12월 19일은 이제까지 단절된 세대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이며, 서로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나눔과 만남의 장이었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는 그들의 정치적 잣대를 떠나서 의사소통 구조부터 판이하다. 쌍방향식 의사소통 구조인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20, 30대와 일방적인 의사소통 구조인 신문 방송 매체에 주로 의존하는 50, 60대는 개개인의 의사를 여론으로 만들어 가는 기동성과 파괴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에 있어서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20, 30대의 재기발랄한 개방성과 포용성은 적극적인 선거 참여운동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전쟁과 남북분단이 가져온 이념대결의 억압구조에 짓눌려온 50, 60대는 불분명한 의사표시로 같은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을 규합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수동적인 한 표를 행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일은 이번 선거에서 50, 60대도 변화의 싹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옛날 막연하게 여당지지 일변도로 행동하던 노인들이 은퇴자협회나 노인단체를 중심으로 정당별 보건의료 정책에 스스로 목소리를 싣기 위해 나름대로 애쓴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대선 공약에서 제시한 노령화대책에는 ‘노인들이 좀 더 일할 수 있도록 퇴직연령을 높이고, 관련 예산을 현재 0.34%에서 1% 내지 1.5%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는 대한은퇴자협회나 각 노인단체에서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보면 이번 대선에서 비록 잘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나이 든 계층도 나름대로 적극성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의 ‘주인공’인 20, 30대처럼 한 세대가 가지고 있는 주요 관심사를 정책으로 개발하고 이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여론화하고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게 세대간의 갈등이 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이들 젊은이 덕택에 50, 60대의 나이 든 세대도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수확이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자기표현과 인터넷을 이용한 조직적이고 활발한 선거운동은 우리 정치의 앞날을 밝혀주는 희망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이라면, 50, 60대는 많은 사회적인 경험과 노하우로 깊은 통찰력과 조정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의 크나큰 자산인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다. 젊은이들이 가진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개혁정신과, 나이 든 사람들의 통찰력과 균형감각은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꼭 필요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힘이 될 수 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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