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봅시다]LG CNS의 이숙영 , 메릴린치의 마가렛 홍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09분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성공한 여성 임원으로 우뚝 선 LG CNS의 이숙영 상무(오른쪽)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마가렛 홍 이사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모든 업무에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박영대기자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성공한 여성 임원으로 우뚝 선 LG CNS의 이숙영 상무(오른쪽)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마가렛 홍 이사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모든 업무에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박영대기자
<<“중3짜리 딸 아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우리 엄마’를 써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그 기쁨. 그 어떤 상사가 해주는 칭찬에 비교하겠습니까.”(이숙영·이숙영 LG CNS 상무)

“어쩜! 저도요.” 듣고 있던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마가렛 홍 이사가 무릎을 탁 쳤다. “아홉살짜리 개구쟁이 아들이 커서 ‘엄마’같은 사람이 되겠대요. 그동안 애들한테 가졌던 미안한 마음이 단숨에 가시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속내를 털어 놓는 것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한 두 사람. 그러나 사실 이들은 한사코 대담을 사양했었다.

‘성공하는 여성 임원의 조건’을 주제로 얘기해보라고 하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보다는 여성이라는 사실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을까…”라며 말꼬리를 흐렸었다.

철저한 비즈니스 프로들인만큼 여성보다는 전문 분야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겨우겨우 두 사람을 만나게 해놓고 보니 서로 아는 사이.

몇 년전 이 상무가 베인&컴퍼니 코리아의 컨설턴트였던 홍 이사의 남편과 일했던 것이 인연이었다. 곧바로 언니 동생처럼 친해진 두 사람은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자 점차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들을 쏟아냈다.

둘의 최대 관심사는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이끄느냐는 것.

이 상무는 “겸양과 열정을 갖춘 리더”를 최고의 리더로 꼽았다.

“이런 리더만이 부하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 읽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아니라 겸손한 리더만이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구절이 정말 마음에 와 닿더군요.”

국내 굴지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소프트웨어 연구를 총괄하는 이 상무는 동시에 진행되는 수백개의 프로젝트를 종합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는 20여년 가까운 직장생활 동안 과장, 차장, 부장, 상무의 ‘별’을 달 때마다 언제나 ‘대기업 여성으로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지만고속 승진을 거듭한 그이지만 “사실 리더로서 남성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는 것 같아 그동안 고민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태생으로 뉴욕 회계법인에서 일하다가 96년 한국으로 직장을 옮긴 홍 이사는 여성에다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사 자리까지 오르다 보니 자연히 ‘건방지다’는 선입견이 따라 다녔다.

미국 최대 증권사의 한국 지사에서 개인영업 업무를 총괄하는 그는 “동료와 부하 직원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다가 ‘왜 내 영역을 침범하느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리더의 조건은 부하 직원들에게 도전감을 심어줄 수 있는 능력.

“상사의 역할은 부하 직원들에게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주고 그 안에서 창의적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담당 분야가 아닌 직원들에게도 다른 업무를 해보라고 불쑥 건네주기도 합니다.”

이들이 현장에서 바라보는 여성 직장인의 강점과 약점은 뭘까.

“옛 직장에서 남성 고객으로부터 ‘여자와 일하기 싫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여성은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또 여성은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여성의 장점이 되기도 하죠. 감정이 풍부하다보니 조그만 것에 신경을 써서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고 마이크로한 것에 관심을 쏟다보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홍 이사)

“여성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의사소통 능력도 뛰어나고요. 반면 여성은 사회관계를 넓혀나가는 기술이 크게 부족하죠.”(이 상무)

즉각 홍 이사의 입에서 “맞아요”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사회적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저는 미국 본사나 다른 지역 관계자들에게도 자주 전화를 걸어 저를 알리는 작업을 합니다.”

고속 승진을 거듭한 두 사람이지만 한국 조직문화의 현실이 여성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취업과 승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이들은 무슨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이 상무는 “화려하고 안정된 직장만을 찾지 말라”고 충고했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내고, 그런 분야를 발견했다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서 전문성을 키우라는 것.

홍 이사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여성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면서 “취업 면접이나 상사와의 대화에서 무난하게 보일 생각을 말고 개성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조직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됐던 두 사람. 그러나 곧 뒤돌아보면 많은 여성 후배들이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둘은 “주요 임원직에도 여성들이 대거 등장할 날이 빨리 왔으면 해요”라며 마주보고 웃었다.

▼이숙영 상무는…▼

△1961년 충북 청주생

△고려대 수학과 졸업

△1984년 제일합섬 입사

△2000년 LG CNS 품질기술지원팀 부장

△2001년 LG CNS 소프트웨어공학센터 상무

△가족:남편(로템 연구소 박형순 연구원)과의

사이에 2녀

▼마가렛 홍 이사는…▼

△1970년 미국 뉴욕생

△남캘리포니아대학(USC) 회계학과 졸업

△1995년 뉴욕 언스트 앤드 영 수석 회계사

△1997년 삼성-JP모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2000년 메릴린치 서울지점 이사

△가족:남편(모니터 컴퍼니 홍범식 컨설턴트)과의

사이에 1남 1녀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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