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관계, 다음을 생각하자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9시 19분


미군 궤도차량에 숨진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대규모 주말 촛불시위가 별다른 충돌없이 끝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건강한 한미관계의 건설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시위는 우리 국민이 무조건적인 반미(反美)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시위 현장에서 미군 철수를 외친 일부 목소리가 시민의 호응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것은 분별력 있는 국민의식 수준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사태는 한미 양국이 대등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민족적 자존심을 살릴 것을 촉구한 국민적 여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지난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여중생 사망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등 미국도 이미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미 정부 모두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를 외면할 수 없게 된 만큼 이제는 양측 정부가 마련하는 대책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동안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의 에너지는 냉정하게 추이를 관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은 무겁다. 정부는 이번에 나타난 국민적 요구를 앞으로 진행될 한미간 협상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기회주의적으로 시위 분위기에 편승했던 정치권 또한 긍정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북한이 반미를 선동하는 어떤 행동도 배격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번 일을 남한 사회에서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반미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될지 몰라도 이번 일은 오히려 개방적 남쪽 사회의 강점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남남 갈등이나 한미간 이간을 획책하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번 사태가 한미동맹 50년사에서 불행한 일로만 기록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중생 치사사고로 촉발된 진통이 한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