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연말경기 '먹구름' 여전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46분


증권시장에서 블랙은 폭락을 의미하지만 소매시장에선 흑자를 뜻한다.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은 ‘장부책의 적자를 흑자로 바꿔준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린다.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공식적인 날이기도 해서 관련업계에선 이날 매출액으로 연말 매출추이를 점친다. 올해는 11월29일이었는데 이날 매출은 74억달러로 작년의 블랙 프라이데이에 비해 12.3% 늘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소비자들 가운데 75%가 이날 쇼핑을 했는데 연말 쇼핑 계획량의 8%를 마쳤다고 한다.

요즘 소매동향을 보려면 이 통계만으로는 부족하다. 온라인 구입액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첫 월요일에 온라인 주문이 가장 많기 때문에 관련업계에선 이날을 ‘블랙 먼데이’라 부른다. 온라인 소매점인 오버스톡닷컴의 패트릭 바이른 대표는 “이번 월요일이 사상 최고 바빴던 날”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넷 사용자 150만명의 구매활동을 집계하는 컴스코어네트워크라는 회사의 통계를 보자. 11월29일(금) 온라인 구매는 1억5100만달러(여행 제외)로 1년 전보다 40% 늘어났다. 그런데 12월2일(월)의 매출은 4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하루 최고치 2억6100만달러(12월12일)를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올해 온라인 구매는 작년보다 2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높은 증가세의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여성구매의 비중이 커져 전체 구입액의 80%를 차지한다는 점. 온라인 소매점 아메리카온라인 관계자는 “오늘 고객의 65%가 여성이었는데 1, 2년 지나면 8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국 경기가 활짝 살아나지 않은 상태이고 증시침체와 고용시장 불안 등 때문에 크리스마스 세일, 즉 연말 소매매출은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이라고 메릴린치의 소매담당 애널리스트 댄 배리는 말하고 있다. 작년대비 증가율이 3%에 그쳐 전년의 8.6%에 훨씬 미달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증시는 지난주까지 8주 연속 기세 좋게 올랐지만 이번주엔 주춤한 양상이다. 최근 몇 주 동안 기업실적 부진 전망이 나왔어도 매수세가 위축되지 않았지만 이번 주엔 약세장의 큰 핑계가 되고 있다.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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