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 파문]"동아일보 정부비판기사 자제하라"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18분


한나라당이 28일 국가정보원이 전화를 도청해서 만든 자료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보고서 중 일부.
한나라당이 28일 국가정보원이 전화를 도청해서 만든 자료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보고서 중 일부.
《다음은 한나라당이 입수해 28일 공개한 국가정보원의 도청내용 요약보고서를 문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는 모두 ‘김원기, 박지원 특보에게 노무현 경쟁력 우위 강조’라는 식으로 도청 내용을 요약한 제목이 붙어 있고 그 밑에 통화를 한 사람과 날짜, 통화 내용의 요지가 적혀 있다. 이곳에 나오는 직책은 도청 당시의 것이다.》

▼민주당 인사 도청내용▼

□김원기 민주당 고문→김정길 민주당 전 의원(2002년 3월 11일)

김 고문〓어제 박지원 청와대 특보에게 ‘노무현 후보가 본선에서 이인제보다 경쟁력이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청와대 내에서 조성될 수 있도록 잘 얘기해 놓았다. 노무현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좋지 않으냐.

김 전 의원〓동감이라는 반응을 보임.

□이강래 민주당 의원→KBS 박권상 사장(3월 23일)

이 의원〓노무현 후보가 PK(부산 경남) 지역에서 반 DJ정서만 극복한다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후보를 지원해 달라.

박 사장〓나라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등 좌파 성향을 보여 우익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선 좌파가 우파를 이긴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노무현 후보의 돌출언행에 대해 불안해하는 만큼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노무현 후보가 가장 말을 잘 듣는 김원기를 통해 노무현을 중도 내지는 우파로 돌려야 한다.

□이인제 민주당 고문→전갑길 민주당 의원(3월 11일)

이 고문〓경선과 관련, 현 정권의 핵심지역인 광주 경선 결과에 따라 수도권 대의원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3·16(토) 경선 결과는 아주 중요하며 노무현이 지역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여론이 흔들리면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노무현이 더 이상 설치지 못하도록 호남 대의원들이 분명한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성격이 포악해서 후보가 되면 제일 먼저 대통령을 짓밟을 것이 자명하므로 광주의 표 45% 이상이 나에게 오도록 힘써 주는 한편 비협조적인 정동채, 김태홍 의원 지역 표도 모아 달라.

전 의원〓광주지역은 내가 물밑에서 잘 알아서 하겠다는 반응.

□이인제 민주당 고문→박상천 민주당 고문(3월 13일)

이 고문〓광주 경선(3·16)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부 세력들이 한화갑을 지원하는가 하면 젊은층은 노무현을 지지해 걱정이다. 박 의원의 지원을 요청한다.

박 고문〓광주 경선과 TV토론회시 상대측이 정체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나의 본 성향은 민주화운동이다. 광범위한 민주세력이 결집하여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창당되었으므로 정체성을 문제삼으면 창당정신에 어긋난다’고 대응하기 바란다. 그리고 광주지역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이 고문을 지원하도록 요청하겠다는 반응.

□이인제 민주당 고문→전용학 민주당 의원(3월 28일)

이 고문〓현 정국은 민주당이 노무현 대선후보와 한화갑 대표 체제를 구축한 뒤 정계개편을 시도할 의도인 것 같다. 김중권 고문이 이 시나리오에 말린 것 같으니 직접 접촉하여 입장을 확인해 보라.

▼한나라 인사 도청내용▼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서상섭 한나라당 의원(3월 8일)

이 의원〓당내 경선구도가 보수(이회창) 대 개혁(이부영) 대결로 단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 주선으로 3월10일 인사동 선천집에서 제도권 밖 개혁인사들 모임시 내가 개혁세력 대표로 경선에 출마하는 문제를 최종 결심코자 한다. 서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달라.

서 의원〓당내 민주계 분위기가 도미노현상처럼 흔들리고 있는 등 한나라당의 진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참석하겠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하순봉 한나라당 부총재(3월 15일)

김 전 의장〓당 내분에 대해 이 총재에게 ‘당론으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반대해 놓고도 몇 사람이 주장한다고 당론을 변경할 경우 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대화를 통해서 요구를 수용하되 원칙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다. 이 총재가 내부 수습책을 발표할 때 기존 원칙을 고수할 수 있도록 잘 도와달라.

□한나라당 관계자→하순봉 한나라당 부총재(3월 21일)

한나라당 관계자〓내가 자민련측 인사를 은밀히 만나 한-자 합당문제를 논의한 결과 합당 협상자로 한나라당측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선정되면 자민련측에서는 김종호 부총재가 나오기로 하는 등 상당한 진척이 있다. 국면전환 차원에서 김종호 부총재를 만나보라.

하 부총재〓김종호 의원을 잘 아니 접촉해 보겠다는 반응.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안상수 한나라당 의원(3월 21일)

이 의원〓이 총재 측근들이 김덕룡 의원과 홍사덕 의원의 탈당을 방관하고 있으나 그럴 경우 당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총재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탈당을 만류할 작정이다. 희망연대측에서도 탈당을 적극 만류해 달라.

안 의원〓긍정적으로 답변.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홍준표 한나라당 의원(3월 21일)

전 의원〓당의 살길이 무엇이냐.

홍 의원〓이 총재는 부산 등 영남 지지율이 급락함에 따라 후보교체론이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가 이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식을 바꿔야 하는데 고집을 부려 답답한 실정이다. 이 총재는 총재직을 물러남과 아울러 부총재도 사퇴시키고 이중재 전 의원을 권한대행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김기춘 한나라당 의원(3월 21일)

김용갑 의원〓미래연대가 정풍운동을 전개할 뿐만 아니라 언론도 ‘내분 장기화’라고 보도하고 있어 수습하지 못하면 당 내분이 우려되기 때문에 최병렬 부총재와 수습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 분위기 쇄신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제의.

김기춘 의원〓내분 장기화의 경우 지지도가 하락할 것인 만큼 부총재단이 중심이 되어 조속히 당내 의원을 대상으로 ‘이 총재의 당내 수습안 이외에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강조.

□신영국 한나라당 의원→김기춘 한나라당 의원(3월 21일)

신 의원〓안상수 의원(희망연대 간사)이 3월 25일 오전 10시에 희망연대 회의를 개최, 당내 문제를 협의키로 했으니 참석하라고 하기에 회의 개최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므로 적극 저지하자고 제의.

김 의원〓회의 개최를 저지하는 것으로 하고 남경필 의원이 참석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당부.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김종하 국회부의장(3월 26일)

김 의원〓노무현 돌풍이 일고 있는 이 시점에 김혁규 지사가 당을 뛰쳐나가면 지방선거는 끝장난다. 경남지사 경선을 준비 중인 이강두 정책위의장, 김용균 의원을 상대로 경선 포기를 설득하고 김혁규를 추대함으로써 경남을 안정시켜야 한다.

김 부의장〓지방선거를 잘 치르려면 김혁규를 공천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이강두 의원을 설득해 ‘용퇴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지만 김용균 의원은 버티므로 이 총재에게 김용균 의원을 불러 경선을 포기토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해 놨다고 알려줌.

□김부겸 한나라당 의원→심재철 한나라당 의원(3월 26일)

김 의원〓3월 31일 저녁 종로1가 한일관에서 미래연대 단합대회를 갖기로 했다. 참석해 달라고 요청.

□현승일 한나라당 의원→이재오 한나라당 원내총무(3월 26일)

현 의원〓김용태 전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가운데 현지 정서가 김용태에게 부정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YS가 김용태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용태 전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에 대해 당 지도부 방침이 있느냐고 문의.

이 총무〓이 총재가 별도로 출마건에 대해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들은 바 없다고 알려줌.

▼정치인-기자 도청내용▼

□양희부 한나라당 언론특보→연합뉴스 기자(3월 9일)

양 특보〓오늘 이원종 전 정무수석 장남 결혼식장에서 만난 강삼재 의원이 ‘당이 단합하여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총재에게 이부영의 농간 등 주변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도록 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아 탈당할 것 같지 않다고 알려줌.

□중앙일보 기자→김원웅 한나라당 의원(3월 11일)

기자〓한나라당 내분과 관련, 이 총재 측근인 하순봉, 김기배 의원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인데 이에 대한 견해를 문의.

김 의원〓이 총재 주변에는 김용환, 강창희 등과 같이 군사정권과 지역주의에 편승했던 문제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3월 12일 나와 의견을 같이하는 김홍신, 서상섭 의원 등 정개모 의원들을 접촉해 당 개혁에 대해 논의한 후 이 총재에게 ‘과감한 인적쇄신을 하지 않으면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개혁을 요구할 작정이다. 당 개혁에 대한 이 총재의 태도에 따라 탈당도 고려하고 있다는 반응.

□연합뉴스 기자→김홍신 한나라당 의원 김학준 보좌관(3월 16일)

기자〓김홍신 의원이 대선 경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문의.

김 보좌관〓김홍신 의원이 출마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제조건으로 경선을 7∼8월경 실시할 것, 총 유권자의 1%를 국민경선제에 참여시킬 것 등을 이 총재에게 제시할 방침이기 때문에 아직 불확실하다고 알려줌.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연합뉴스 기자(3월 17일)

홍 의원〓이인제나 노무현이 후보로 나올 경우 이회창 총재를 이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총재는 당내 문제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대선 무렵 세대교체 논쟁이 일어날 경우 당내 차세대 주자가 있는 관계로 이 총재가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으므로 이 총재는 지금부터라도 차세대 리더군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 □매일신문 기자→이해봉 한나라당 의원(3월19일) 기자〓한나라당 내분사태에 대해 문의. 이 의원〓비주류측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다른 꼬투리를 잡아 계속 소란을 피울 것이 분명하고, 주류는 주류대로 당권을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에 이득 없이 당의 분란만 야기할 것이므로 이 총재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선언한 다음 대세를 향해 앞만 보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답변.

□동아일보 기자→김만제 한나라당 의원(3월 20일)

기자〓국민일보에 ‘정책정당에서 일하고 싶다’는 인터뷰 기사가 게재됐다. 이를 탈당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도 되겠느냐고 문의.

김 의원〓그렇게 해석해도 괜찮다는 반응.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장→김학준 동아일보 사장(3월 12일)

민 회장〓동아일보가 정부에 대해 보복성 기사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편향적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비판기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

김 사장〓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중부 매일신문 기자 본사 보고(3월 19일)

민주당에서는 이원종 지사의 탈당 및 한나라당 입당에 대응키 위해 홍재형 의원(청주지구당위원장)을 도지사 후보로 영입해 출마시킬 계획이라고 보고.

심규선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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