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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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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내용이나 대상이 아니라 원인 행위인 불법도청문제다. 물론 한나라당 자료는 도청 내용을 녹취한 1차 자료가 아니라 핵심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정리한 2차 자료라는 점에서 아직 규명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정원 역시 한나라당 자료는 국정원과 무관한 괴문서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이 자료에서 거론된 사람들 상당수가 자료에 나타나 있는 대로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돼 도청 개연성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 내용 중엔 당사자가 밝히거나 도청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동안 국정원이 불법 도청을 완강하게 부인해왔기에 이 자료를 접하는 우리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더욱 크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정원 도청 자료라고 주장하면서 4000억원 대북비밀지원설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국정원은 무제한 조사를 받겠다며 버텼다.
한나라당 자료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거짓말 이상의 쇼를 한 것이 된다. 그보다도 국정원은 당장 불법 도청을 금지한 통신비밀보호법과 국내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동시에 위반한 것이 된다. 그리고 현 정권은 ‘도청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답해야 한다. 자유로운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공권력의 도청은 국기를 흔드는 문제인 만큼 대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이 신속히 전모를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 문제는 차기 정권 출범 때까지 묻어둘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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