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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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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글자를 알기 전에는 주변의 아주 작은 것에도 호기심을 보이곤 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이의 생각을 열어주려는 의도로 엄마인 나는 그것을 아이에게 되묻곤 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답변해 줄 능력도 없었거니와 아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아이 나름의 생각을 듣고 싶었던 까닭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질문의 내용도 달라졌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기사를 보고 기사문에 쓰인 낱말의 의미를 묻기도 하고, 짧은 엄마의 지식으로는 곧바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때도 있다. ‘지구는 언제까지 돌까’ 궁금해 하다가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자, ‘사라질 때까지 돌겠지, 뭐’ 하며 스스로 묻고 답하던 것이 생각 나 책을 펼치자마자 그 질문부터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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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커갈수록 더욱 많은 것을 알고자 한다. 그럴 때마다 수박 겉 핥기로 대충 하는 답변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처럼 스스로 탐구하기를 즐기는 아이들과 우리 부모들이 보면 좋을 교양서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걱정스레 묻던 ‘전쟁은 왜 일어나나요?’를 비롯해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묻고 싶을 ‘학교는 왜 가야하나요?’ 등 22개의 정치와 과학, 의학 분야의 질문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실려 있다.
사람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곤 하는 ‘사랑’을 달라이 라마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에 비유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것 저것 생각해 봐야’하듯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사랑의 필요 조건이다. 또한 달라이 라마는 사랑의 대상이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그것을 행하기에는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을 보면서 꼭 노벨상을 받아야만 아이들 질문에 훌륭한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책 제목부터가 학술 분야에서의 노벨상은 받아 본 적이 없는 우리네 부모들을 주눅들게 하지 않을까, 또는 부모가 먼저 고민하기 이전에 아이 손에 이 책부터 들려주면 어쩌나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2000년1월부터 2001년 6월까지 연재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같은 해 9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올랐다. 저자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노벨상 수상자들과 전화통화하고 편지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취재했다.
오혜경(주부·서울 금천구 시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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